[대담=황석연 아시아경제 사회문화부장, 정리=박은희 기자] "남들은 엉뚱하다고 하지만 10년 앞을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결국 현실이 되니까요."


감색 수트에 빨간 넥타이를 맨 노신사는 자신의 교육사업 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5개 대형 재수ㆍ단과학원을 비롯해 전국 3200여개의 프렌차이즈 학원을 거느린 비타에듀(옛 고려학원)그룹의 문상주 회장(사진ㆍ64)이 그 주인공. 42년간 학원을 운영하고 지난 2월까지 18년간 한국학원총연합회를 이끌었던 그는 조용한 말투 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신념만은 확고했다. "결국 좋은 스승이 있어야 좋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승'의 의미도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남보다 10년 앞을 먼저 내다보는 그의 눈에 보이는 미래교육의 '새로운 황금알'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10년 후 미래교육은 '입시'가 아닌 '한류, 글로벌'이 핵심


"전세계 70억 인구가 언제 어디서든 최고의 한국 교육 컨텐츠로 공부하는 세상을 만들겠다." 10년 후 미래교육 시장에서 문 회장이 추구하는 목표다. IT산업의 발전에 따라 그동안 학교나 학원에서 개인교사를 통해 이뤄져 왔던 교육이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통해 이뤄지는 등 교육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그는 주목했다.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교사를 통해 일대일 학습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스페인어를 제일 잘 가르치는 사람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심장수술을 잘 하고 싶은 의학도에게는 역시 최고의 의사가 수술하는 장면을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교육사업은 결국 '교육컨텐츠' 사업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문 회장이 생각하는 활로는 '한류, 실버, 다문화'다. 그는 세계에서 한국 노래를 배우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좋아하는 영화배우를 만나러 한국에 오는 현상에 주목해 한류를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제빵이나 미용 등의 다른 분야와 접목한 한국어 컨텐츠를 전 세계에 판매할 계획이다. 한류를 통한 컨텐츠 판매는 역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해당 컨텐츠를 가지고 교육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것이란 것이 그의 전망이다.


그는 또 교육 대상을 학생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미래 교육사업의 대상을 우리나라 국민 전체로 본 그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학생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교육이 필요해졌다"며 "급변하는 세상에 실버세대들을 위해 새로운 문화나 기기들에 대해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실버세대를 위한 교육시장의 수요를 전망했다. 아울러,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150만명에 이르는 국내 외국인에 대한 교육시장도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상주 회장이 미래교육의 핵심인 스마트러닝 시스템 '스마트 에듀'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문상주 회장이 미래교육의 핵심인 스마트러닝 시스템 '스마트 에듀'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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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에듀', 25년전부터 준비했다


그가 이처럼 IT기반의 미래 교육에 자신하는 이유는 25년 전부터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상하고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비타에듀는 스마트 디바이스(스마트폰, 태블릿 PC)에 기초한 교육 패러다임에 맞춰 '스마트 에듀'를 선보였다. 스마트 에듀는 삼성 갤럭시탭에 비타에듀의 여러가지 교육 어플이 기본으로 장착돼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입시관련 '비타에듀' 뿐 아니라 내신대비 '고려e네트', 중.고등 대상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비타 캠퍼스', 영어회화 중심의 '비타 잉글리쉬'등의 어플이 현재 무료로 제공되며 내년부터는 유료로 전환된다.


문 회장은 김영삼 정권 시절, 2년간 교육계획위원회 1기 위원으로 일한 뒤 2기 위원을 연임하며 총 50인(각기 25명)의 교육위원들과 함께 '유비쿼터스 교육안'을 내놓았다. 그는 유비쿼터스 교육안에 대해 "이런 획기적인 안은 당시 어느 나라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나온 안"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문 회장은 컴퓨터 보급 초창기인 1985년 자체적으로 일본 JKA사와 2년간 협약을 맺고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수강생들에게 2년간 일본유학을 지원했다. 6차에 걸쳐 유학생을 보내 일본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고 오게 했으며 그 1기(전자1세대)가 한국에 돌아와 우리나라 최초로 전국 온라인망을 개발했다.


같은 해에는 '트윈 컴퓨터'라는 회사를 설립해 컴퓨터 자체에 대한 파악에까지 나섰다. 당시 사람들은 문 회장에게 "밑빠진 독에다가 물을 붓는다"며 그를 "바보"라고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그들이 구축한 온라인망이 현재 우리나라 모든 분야의 기초를 만들었고 교육 역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는 단지 새로운 스마트 디바이스에 맞춘 컨텐츠를 개발하기에 급급해하지 않는다. 15년전 이미 이런 세상을 꿈꾸며 디지털 기기에 맞춘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해 왔고 지금은 이들을 어떻게 글로벌화 시키고 세계시장에 판매할 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 지으면서 교육은 망가진다


문 회장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 짓는 국가는 전 세계 우리나라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교육받는 사람은 '나는 공교육 받는다' 또는 '나는 사교육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교육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경우, 좋은 컨텐츠가 있으면 일선 학교에서 그것을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정부가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하고 사교육을 없애려고 하는 것에 대해 "공교육이 중심을 잡고 잘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공교육의 실패를 사교육에 전가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표적인 공교육 강화정책인 '방과후 학교'와 'EBS'가 교사의 권위와 자긍심을 떨어뜨려 공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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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에서는 EBS 수능 연계율 70% 발표로 인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보다는 EBS교재를 풀고 EBS인기 인터넷 강의만 들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이뤄지는 방과후 학교의 경우 외부 강사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교사는 설 곳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스승이 가르칠 의지를 잃게 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 신뢰나 존경심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 교사들에게 자긍심과 권위를 부여해주면 교사들은 무서울 정도의 힘을 발휘할 것이며, 사교육은 정말 필요한 부분만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교육 시장은 100만명의 식구들이 나와서 일하는 교육기관"이라며 "수요와 공급이 있는 시장을 마치 마약중독자나 범죄자처럼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이어 "사교육을 없애려하지 말고 좋은 방향으로 쓰려고 하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며 "IT기술이 발전한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그램과 기자재를 만들어 외국으로 나가면 전 세계가 우리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나 필리핀에 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현지에서 학원사업을 많이 한다. 사교육도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장악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담=황석연 사회문화부장
정리=박은희 기자 lomoreal@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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