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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동의' 손학규 이중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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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21일 오전 11시 30분. 본회의장에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입장한 손학규 대표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하얀 종이 위에 손 대표가 직접 장문의 글을 쓰고 있었던 것.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손 대표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지 못했다.

20여분이 흐른 뒤 박희태 국회의장이 의사진행발언 신청자로 손 대표를 소개했다. 검은 양복에 당의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맨 손 대표가 발언대로 걸어가자 갑자기 본회의장 내부가 술렁였다.
"오늘 이 자리에 무거운 마음으로 섰습니다. 의회민주주의를 제자리에 올려놓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손 대표의 발언이 시작되자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정적이 감돌았다. 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사법부의 수장을 임명하고 취임하는데 우리 다 같이 축복 속에서 임명받고 취임하길 바라고 있다"면서 "당연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여당에 의해 단독 처리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회의가 열리기 30분 전. 민주당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16명의 의원들이 발언대로 나섰고,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 주장이 8대8로 팽팽하게 갈렸다. 손 대표는 묵묵히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고 결단을 내렸다.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될 수 있었던 양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이 여야의 압도적인 찬성(227표, 반대 17표)으로 가결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손 대표의 막판 결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 대표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측근은 "민주당은 처음부터 양 대법원장 임명에 반대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공석이 되는 사태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비록 다음 달로 미뤄졌지만,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처리를 호소하기 위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도 "솔로몬 왕 앞에서 자기 친자식을 내줘서 친자식을 살리려고 했던 어머니의 마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본회의 보이콧'이라는 야당이 가진 마지막 패마저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음 달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풍'(안철수 바람)이 던진 정치에 대한 불신의 벽을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대립을 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손 대표의 정치적 모험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연설 도중에 고개를 끄덕이는 여당 의원들이 많았다"며 당내 기류 변화를 전했다. 평소 의회주의를 강조해온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의 대법원장 인준표결은 위대한 결정"이라며 조 후보자의 인준에 한나라당이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선택에 대한 최종 판단은 다음 본회의가 예정된 10월10일 이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본회의 참석 결정을 내리면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조 후보자의 선출안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기류변화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조 후보자의 천안함 사태 발언으로 선출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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