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제' 긴급진단]익숙해진 악재에 치명적 발톱 우회투자로 리스크를 줄여라
증권
주식 시장은 최근 어깨를 만드는 국면이다. 시장의 정수리를 정확히 집어내는데 실패했다면 어깨 부근에서의 대응이 중요하다.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대외 리스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증시는 경기 리스크와 재정 리스크로 인해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3년에 걸친 강세장은 막을 내렸다. 치유되어 가는 듯 했던 미국 경기가 재하강했고, 유럽의 재정 위기 역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와 재정을 둘러싼 문제가 지금 시장의 핵심이다. 경기 리스크와 재정 리스크는 금융 위기 이후 계속해서 시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악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전과 동일하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악재들이란 얘기다. 혹자는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투자의 정석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익숙해진 악재들에 위험할 것이란 생각이 작은 탓이다.
그러나 무작정 투자에 나섰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익숙해진 악재의 강도는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대부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강도와 시간과의 싸움은 개인투자자에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이 살아나지 못해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던 미국 경제는 두 차례의 모르핀(양적완화) 효과가 끝나자마자 둔화될 처지에 놓여 있다. 유럽의 재정 위기는 아일랜드나 그리스, 포르투갈 등 주변국에서 스페인, 이태리, 프랑스 등 핵심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악재에 맞설 긍정적인 요인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다. 미국 경제의 경우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거나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동안 미국 정부는 금융 위기 치유와 경기 회복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했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나오면서 이제는 그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를 완벽하게 치유할 만하거나 또다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새로운 정책이 무엇이 있겠느냐 하는 회의론이 위기의 반대편에 놓여 있는 셈이다.
내년 각국 대통령선거 부양책 걸림돌
유럽은 그 동안 공고했던 국제 공조가 헐거워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경기 둔화에 맞서 올바른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재정 리스크가 가장 오염되어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유럽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확장 재정이 아닌 긴축이라는 딜레마다. 유럽의 경제 위기는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유럽은 재정 위기의 확산에 맞서 국제 공조가 더욱 공고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관련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유로본드의 출범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내년은 선거의 해다. 프랑스와 핀란드, 러시아에서는 대선이 있을 예정이고 스페인과 아일랜드 등에서는 총선이 있다.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유럽 사회와 정치권의 국수주의 분위기는 국제 공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부양 정책을 펼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투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본주의 시장 중심의 경제 환경 조성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 들어 세계 각국에선 다양한 형태의 시위가 일고 있다. 올초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주화 혁명이 들불처럼 일었고, 영국에서는 젊은이들이 들끓었다.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도 플래시 몹 형태의 폭동이 있었다. 노르웨이에선 외국인 혐오증을 가진 근본주의자의 테러까지 일어났다.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도 젊은이들의 폭동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서로 큰 연관이 없는 사안들인 것처럼 보인다. 지역적 편차가 각기 다를 뿐더러 선진국과 이머징이라는 커다란 차이점도 존재한다. 또 재정 위기에서 시위의 개연성을 찾아보고자 했지만 노르웨이나 독일을 중동이나 영국, 미국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정책 대응이 있었고 엄청난 자금이 쓰였다. 그러나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절망감이 여러 지역에서, 여러 형태의 테러와 폭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혁명이 먹고 사는 문제와 별개였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금융 위기를 치유하기 위한 저금리와 자금 풀기(머니프린팅)라는 극약처방은 엄청난 유동성을 창출했다. 극약처방에서 생긴 엄청난 유동성은 이머징이나 상품시장으로 향했다. 유동성은 이머징의 자산가격과 상품가격을 밀어 올려 물가가 급등하게 됐고 다시 생활고로 이어지면서 폭동의 불씨를 제공한다.
위기에 내몰린 시장은 내심 미 연준의 추가 양적 완화 카드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은 지난 8월 잭슨홀 이벤트에서도 QE3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린 바 있다. 시장은 지금도 자금 풀기의 폐해를 겪고 있으면서도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지금 증시는 실적이나 밸류에이션, 더 나아가 경기 등의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는 시장이다.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가 지금의 위기들로부터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최근 금융시장의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경제학의 관점이 아닌 정치나 사상, 역사, 철학, 심리 등 인문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견조한 실적은 한줄기 희망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가 25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포트폴리오도 여기에 맞춰 만들어졌다. 목표 코스피지수를 수정하고 투자 전략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
4분기 코스피는 최대 2050포인트, 최소 1600포인트 정도로 예상된다. 1600포인트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9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시장이 일시적으로 장부가격보다 하회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또 2000포인트를 소폭 상회하는 고점은 한국증시에서 나타났던 약세장의 평균 반등 강도가 20%였다는 점을 감안했다.
시장이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고 하면 언제, 얼마까지 하락할 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과거 우리 증시의 하락 기간은 평균 25.8개월. 이 기간 동안의 평균적인 하락폭은 56%다. 2년에 걸쳐 주가가 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과거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금융 위기 이후에는 기업부문의 부채와 밸류에이션에서는 과잉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경제는 과도한 부채를 끌어다가 버블을 형성했고 버블이 터질 경우에는 그 충격파가 크게 나타나는 사이클의 반복이었다.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먼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까지 가져다 시장의 투자 내지는 투기를 합리화하곤 했다. 현재만 놓고 봤을 때 과도한 부채 축적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기업부문은 그렇다. 또한 밸류에이션 지표에도 과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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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이후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를 넘지 않았다. 과거 하락장에서 나타났던 공식이 고스란히 되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요인들이다.
금융 위기의 충격을 기억하고 있는 관료들이 최근 선진국의 재정 위기로 인한 금융기관의 파산만큼은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이 순환적인 약세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금융기관의 파산 → 신용경색 → 실물 경기의 재타격’ 시나리오는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선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대외 리스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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