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인문학 강좌 듣고 사회적 기업 대표된 유씨 아저씨...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서울시 마련한 희망의 인문학 강좌 듣고 새롭게 출발, 중구 사회적 기업 '청소세상' 공동대표된 유상희씨 삶 화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노숙인 출신이 서울시가 마련한 인문학 강좌를 듣고 새롭게 인생을 설계해 어엿한 사회적 기업 대표가 된 사람이 있어 화제다.

유상희(53)씨는 사회적기업인 '청소세상' 공동 대표다. 동료인 김영익(57), 정병상(45)씨와 함께 세웠다.
지난해 12월 중구내 두 번째 자활공동체인 ‘청소세상’을 세운지 6개월만에 올 6월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노숙자 생활을 딛고 사회적기업을 세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어려움이 닥치면 극복하는 여러 과정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수강한 것이다. 그는 2008년 중구지역자활센터 청소사업단인 ‘하얀나라’에서 근무하면서 2009년 인문학 과정을 수료했다.
중학교 학력이 전부인 유씨에게 인문학 과정은 하나의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TV에서만 보던 연극과 영화감상 등을 직접 해봤고, 강사의 역사 이야기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농사를 짓느라 공부를 못했어요. 학교에서 꼴찌를 도맡아 했지요. 그런데 인문학 들으며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과목인줄 처음 알았어요”

인문학 과정에서 그가 가장 인상깊은 시간은 바로 묵상 시간이다. 묵상을 하며 그동안 살아왔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가까이에 있는 동료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경희대에서 서울의 전체 인문학 수강생을 모아놓고 한 특강도 기억에 남는다. TV와 신문에서만 보던 서울시장을 직접 눈으로 보니 오시장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게다가 문화행사로 선보인 난타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배움이 짧다보니 인문학 모든 것이 다 좋았어요. 왜 이렇게 좋은 것을 뒤늦게 알았는지 후회가 돼요”

젊었을 적 가슴 속에만 담고 싶은 어려운 풍파를 겪었던 유씨는 IMF 이후 3~4년간 노숙생활을 했다. 이후 그 생활을 정리하고 쪽방으로 들어가 한 개인회사 운전직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고아나 다름 없는 유씨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한 목사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마음을 잡지 못한 그는 회사도 그만두고 연고도 없는 시골로 무작정 내려갔다.

거기서 마을 주민들 농사 심부름과 운전을 해주며 마음의 안정을 찾은 유씨는 1년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 그 때 중구지역자활센터를 알게 됐다.

아울러 인문학 강좌도 소개받았다.

인문학을 수강한 유씨의 삶은 그 전과 후가 달랐다. 전에는 사업단 식구들하고도 이야기를 잘 안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만 궁리했었다. 하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본인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게 됐다.

마음을 잡은 유씨는 중구지역자활센터 청소사업단 ‘하얀나라’에서 3년동안 일하면서 청소기술과 영업 마인드를 습득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독립해 지난해 12월 중구내 두 번째 자활공동체인 ‘청소세상’을 창업했다.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일단 해보자는 다짐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사업계획서를 작성, 서울시에서 7500만원의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아 서울형 사회적기업 공동체 인증을 받았다.

지난 7월12일 열린 출범식에는 최창식 중구청장을 비롯 서울지역자활센터 협회장, 서울 광역자활센터 센터장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유씨 등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다.

“지금은 일거리가 많지 않지만 열심히 일해 공공기관이나 학교 청소, 일반 건물관리 등 일거리를 확보해야죠. 새로운 기술도 익혀 우리같은 사람들이 만든 회사가 잘 될 수 있도록 할거에요”

아직도 쪽방에서 지내는 유씨지만 인문학으로 시작된 희망이 그를 밝은 곳으로 인도하고 있다. 지금도 퇴근하면 쪽방에서 식사만 한 후 인근 남산도서관에 가 인문학 강좌 강사가 추천해 준 여러 인문학 책들을 본다.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어제와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내일도 또 달라져 있을 거에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래서 조만간 전셋집을 만들어 쪽방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종일 기자 dream@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