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외화조달구조 가장 양호
올 상반기 외화자금 절반 이상 예수금으로 마련
다른 은행들 단기차입 의존…금융위기 땐 '썰물' 우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대부분 은행들이 외화조달을 단기차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외환은행은 외화자금의 절반 이상을 예수금으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은행에 비해서는 외환은행의 예수금 조달 비중도 아직은 낮은 편이지만 국내 은행 중에서는 외화조달 구조가 가장 우수한 셈이다.
7일 금융감독원 및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SC제일·한국씨티·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14개 은행의 올 상반기 외화자금 평균잔액 중 예수금 비중은 29.1%로 집계됐다. 콜머니(5.6%)를 포함한 차입금 비중이 48.0%로 절반에 달했고 회사채(은행채) 비중은 20.7%였다.
특히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 중 1년 미만 단기차입 비중이 올 6월말 현재 73.3%에 이른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외은지점)에서 단기로 외화를 빌려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외화를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위기가 터지면 이 외화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외환은행의 올 상반기 외화예수금 평잔은 11조5887억원으로 14개 은행 전체 평잔의 33.3%를 차지해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많았다. 외환은행의 외화조달 중 예수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56.7%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예수금 외에 차입금(35.5%), 채권(6.5%) 등으로 외화를 조달했다.
이처럼 외환은행의 외화예수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지점(12개)을 보유한 데다 외화예금 유치에도 제일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외환 전문 은행이다 보니 고객들이 쓰고 남은 외화를 예금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외환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외화예수금 비중이 20%대에 머물렀고 차입금 비중이 50% 안팎으로 가장 컸다. 지방은행들의 경우 예수금 비중이 평균 11.5%로 더 낮았고 차입금 비중은 67.0%로 높았다. 전북은행의 경우 차입금 비중이 93.7%로 대부분 외화조달을 차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외화차입의 경우 통상 이자율이 1%대다. 이자가 1% 미만인 외화예수금보다 조달비용이 많이 드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이 대부분 차입에 의존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무역금융 등 단기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단기차입 비중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장기 외화채권을 발행하려면 해외 설명회(IR)도 열어야 하고 주간사도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차입보다 비용이 더 들어 은행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선진국 은행들의 경우 외화차입이 없거나 적고 예수금 비중이 월등히 높다. 프랑스와 영국 은행들은 지난해 외화차입이 전혀 없고 예금을 통한 외화조달 비중이 각각 71.2%, 83.6%에 달한다. 그 외에 채권 발행 등으로 외화를 마련한다. 미국의 경우도 외화차입 비중은 31.7%로 낮고 예금 비중이 60.2%로 높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소매영업을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외화예수금 비중을 높일 수 있다"며 "해외영업 비중 확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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