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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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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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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기자] 한때 배우 차태현을 좋아했던 적이 있다. 차태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외모의 그는 주로 코미디 장르의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언제나 '자연스러운' 생활인 연기를 펼쳤다. 그 안에서 차태현은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였다. 지난 2001년 전지현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는 차태현의 이런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힌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후 차태현이 출연한 영화와 TV 드라마는 모두 '견우'의 재활용 버전이었다. 대중에게 완전히 잊혀지던 그를 무덤에서 되살린 작품은 '과속스캔들'(2008)과 '헬로우 고스트'(2010)다. 사실 두 작품 모두 차태현의 연기와 이미지는 기존 작품과 대동소이했지만, 시류에 맞는 소재와 '가족' 코드 등을 건드린 영화의 기획력을 등에 업고 그는 다시 일어섰다.

이번 주 개봉되는 영화 '챔프'는 '각설탕'의 이환경 감독이 5년 만에 다시 연출한 말 이야기. 비슷한 상황에 처한 두 주인공의 교감을 통해 각자의 꿈에 접근하는 경주마 '우박이'와 시력을 잃어가는 퇴락한 기수 승호(차태현 분)의 이야기를 그리는 가족 드라마다. '각설탕'이 말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챔프'는 여기에 더해 가족 코드를 강화했다. '과속스캔들'을 닮아있는 극 중 승호와 그의 어린 딸 예승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 기수 승호의 인간 승리 드라마가 철저히 예상 가능한대로 흘러가는 탓에 맥이 빠진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절대 천진함을 놓지 않는 부녀의 이야기는 극 중에서 웃음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안기려 한다.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완성된 경주 장면이나 한층 다채로워진 캐릭터 등 기본적인 완성도 면에서 '챔프'는 '각설탕'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준다. 구구절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친절한 내러티브 진행은 걸리지만, '챔프'가 추석 시즌 가족 관객들을 겨냥한 상업 영화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참을 만 하다. '놀' 터가 깔렸으니 이젠 차태현이 확실하게 놀기만 하면 된다.

분명히 차태현은 '챔프'에서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펼친다. 자연스러운 대사와 연기 톤은 여전하고, 슬쩍슬쩍 연륜에 기초한 내면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상하다. 차태현은 100%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는데 살짝 지겹고 따분하다.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에 더해, 이젠 '과속스캔들'의 철부지 할아버지 '현수'와 '헬로우 고스트'의 고아 '상만'까지 오버랩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차태현도 슬슬 배우로서 다른 것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에 '챔프'마저 흥행 성공한다면 아마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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