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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오늘, 여름을 버렸다··가을을 부르는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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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장암산 패러글라이딩 체험···날개야 돋아라 훨훨 날아보자꾸나

[여행]오늘, 여름을 버렸다··가을을 부르는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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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하늘은 고요하다. 두 팔을 천천히 벌린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귀를 연다. 쉬이~익 바람소리가 들린다. 맑고 청량한 새소리처럼,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처럼 신성하고 웅장하다. 바람에 몸을 맡긴다. 두둥실 깃털이 되어 꿈속 같은 하늘을 떠다닌다. 눈을 떴다. 구름이 벗 되고 푸른 숲이 반긴다. 저 멀리 대자연의 마루금들은 그림이 되어 눈동자에 찍힌다. 어느새 자연이 품속으로 들어왔다.'

아침ㆍ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여름은 떠날 준비를 하고 가을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마음이 급하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가을을 만나고 싶다. 가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하늘이다. 뭉게구름 둥실 떠 있는 파란 하늘은 가을의 상징이다. 그곳을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아다닌다면, 이보다 더한 가을맞이가 또 있을까.
강원도 평창 장암산(836.3m) 패러글라이딩 활공장(740m). 가을 비행을 위한 목적지다. 국내에서 비행을 위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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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장에 위치한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스쿨을 찾았다. 27년 경력의 김동술 스쿨장이 넉넉한 웃음으로 반긴다. 우연히 평창에 왔다가 반해 5년전부터 터를 잡고 패러글라이딩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그는 "이ㆍ착륙장 조건은 물론이고 평창강을 끼고 있는 탁트인 전망, 적절한 풍향과 고도로 인해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두루 비행하기 좋은 곳"이라며 자랑한다.

간단한 교육을 받고 비행복과 헬멧을 챙겨 장암산 활공장까지 차로 20여분간 이동했다.
마침 가을을 찾아 나선 성급한 기자를 위해 하늘도 여름 내내 보여주지 않던 파란 속살을 수줍게 드러냈다.
김동술 스쿨장(오른쪽)이 텐덤비행체험객들에게 안전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술 스쿨장(오른쪽)이 텐덤비행체험객들에게 안전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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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도 하늘을 날 수 있는 2인승 텐덤비행을 위해 출발선에 섰다. 2인승은 경험 많은 전문 파일럿과 함께 타기에 안전하다. 하지만 떨림은 극에 달하고 다리에 힘은 빠진다. 평소 놀이기구인 바이킹도 못 타는 새가슴이니 오죽하랴.

비행복을 입고 조종석인 하네스에 앞에 서니 이륙 준비 끝. 파일럿은 뒤에, 탑승자는 앞에 탄다.

"바람 좋습니다. 서쪽으로 시속 8km 입니다."

"준비됐습니까. 자~ 갑니다. 뛰어, 뛰어, 뛰어!"
파일럿의 지시에 따라 떨리는 가슴을 안고 낭떠러지를 향해 달린다. 지면에서 발을 떼는 순간 몸은 허공을 향해 둥실 떠오른다.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청량한 가을하늘이 온몸을 감싼다.

거창하지만 '조너선 리빙스턴(갈매기의 꿈 주인공 갈매기)'이 꿈꾸는 자유를 향한 비상(飛翔)이 문득 떠오른다.

"눈을 감고 팔을 벌려보세요" 비행에 함께한 김 스쿨장이 말한다. "명상을 할 때 가장 좋은 소리가 낙수소리, 시냇물소리,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입니다. 하늘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그보다 더 맑고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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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눈을 떴다. 평온한 마음에 주변으로 눈이 간다. 형형색색의 기구들이 하늘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진다. 평창읍내와 말굽 모양으로 휘감아 도는 평창강의 절경은 발아래에 둔다. 강의 S라인이 절묘하다. 멀리 시야를 두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과 황금빛으로 변해갈 논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패러글라이딩은 중력에 맞설 수 있는 이른바 '공중부양 놀이'다. 낙하산(parachute)과 행글라이딩(hang gliding)의 합성어로 1984년 프랑스의 산악인 장 마르크 부아뱅이 낙하산을 개조해 만들었단다.

비행은 능선을 따라 오르는 바람에 기댄 리지(ridge)와 상승기류를 잡아타는 서멀(thermal)로 나뉜다. 기류를 잘 타면 몇 시간 동안 공중에 떠 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방향과 바람의 속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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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이 바람에 맞춰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몸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얇은 구름이 다가온다. 두 팔을 벌려 구름을 한아름 가슴에 안아본다.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몸은 바람따라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긴장감을 즐긴다. 눈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느끼고, 마음으론 하늘과 함께하는 초자연적 여행이 패러글라이딩이다.

김 스쿨장은 이것을 두고 자연이 주는 마력이라고 했다. 그 마력에 한두 번 끌리다 보면 중독이 된다고 한다. 두려움에 떨던 기자도 한번 하늘의 일부가 되었을 뿐인데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왜 일까.

바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텐덤 비행시간은 10여분이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고 파일럿이 착륙을 위해 방향을 잡는다.

짧은 비행시간이 아쉽지만 내려설 때 또 한번 뛰어야 한다. 지면에 발이 닿는 순간 달린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지상에 내렸지만 가을을 한가득 품은 몸은 아직도 하늘길을 둥실둥실 떠다닌다.

평창 글ㆍ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 새말IC를 나와 국도를 타고 안흥과 반암 등을 지나 평창읍내 바위공원으로 가면 된다.

▲패러글라이딩=배우고 싶지만 비싼 장비 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패러글라이딩 스쿨이나 동호회에서 장비를 대여해주기 때문에 시작부터 장비 구입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평창바위공원 옆의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스쿨(033-332-2625)은 텐덤비행 체험은 물론 고급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사계절 운영하지만 단풍과 황금빛 들판이 아름다운 가을이 최고의 비행타임이다. 텐텀비행을 마치면 증명서를 준다. 탑승자의 비행모습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나 동영상 촬영도 신청할 수 있다.

텐덤은 인터넷 예약하면 8만원, 현장접수는 10만원. 기초과정은 45만원부터(장비대여가능), 프로과정은 50만원부터(개인장비구입후)이다.

▲먹거리=평창 5일장(5, 10일)에 가면 메밀부침만 30년째 지져내고 있는 원조 할머니도 만날 수 있다. 또 읍내의 이조 막국수(033-334-2157)는 평창군민들이 추천하는 메밀국수집이다.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면발과 양념이 특징. 미탄면에는 기화천에서 자란 송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많다.

▲볼거리=미탄 문희마을에는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백룡동굴(033-334-7200)이 있다. 1.8㎞ 길이의 천연석회동굴로 동강 수면 위 15m 지점이 입구다. 국내 최초의 체험형 동굴이다.

탐사복장을 갖추고 가이드와 함께 낮은 포복, 오리걸음, 개구멍 등을 통과하면 석순, 종유석, 동굴방패 등 신기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20명씩 하루 180명만 탐사할 수 있다. 백룡동굴 인근에 있는 칠족령트레킹도 빼놓지 말자. 이 밖에 멧둔재 옛길, '웰컴투동막골' 세트장, 육백마지기 등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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