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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느릿 느릿 걷다보면 천하일품 동강이 내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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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칠족령 트레킹
평창 미탄면 마하리~진탄나루~두룬산방~황새여울~문희마을~칠족령 5.7km 환상길

[아시아경제신문 조용준기자] 물굽이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동강. 그 동강의 새벽은 갓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백설기처럼 포근한 꿈 속 같다.
겹겹이 쌓아 놓은 산 능선 사이사이로 푸르스름한 안개가 만들어지고 이름 모를 새들과 아침거리 찾아 나선 어름치, 송어가 힘찬 자맥질을 한다.

한순간 산 넘어 해가 들면 새벽빛에 반사된 물안개 속에 동강은 조용히 꿈에서 깨어난다.

동강은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에서 시작해 평창을 거쳐 영월군 영월읍에 이르는 65km의 물줄기로 한 번도 곧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장쾌하게 굽이치는 물줄기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사행천(蛇行川)이라 불린다.

이런 동강의 멋진 경관을 보려면 다소 험난한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영월 잣봉과 정선~평창의 백운산이 굽이치는 동강 물줄기를 한눈에 감상할 만한 대표적인 코스다. 산길로만 왕복 4시간이 더 걸리는 길이다.
하지만 힘을 덜 들이면서도 숲길과 동강 사행천의 묘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백운산 칠족령(柒足嶺)이다. 이 고개는 동강이 백운산 자락을 360도 휘감아 도는 곳에 있다.

병풍처럼 둘러싼 거대한 절벽과 전망 좋은 물길, 그리고 울창한 숲을 함께 맛볼 수 있다.

동강의 굽이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구간의 중심에 칠족령이 있지만 느릿느릿 트레킹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칠족령으로 가는 길목은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이다. 동강 12경 중 4경인 백운산과 칠족령, 8경인 백룡동굴, 9경인 황새여울이 이곳에 있을 정도로 경치가 뛰어나다.

칠족령 숲길체험을 연구중인 배중남 교수(상지대학교 관광학부)와 김삼용 문희마을 이장의 길안내로 트레킹에 나섰다.

마하리 생태공원에서 시작해 진탄나루터, 두룬산방, 황새여울, 절메나루터, 문희마을을 지나 칠족령으로 오르는 5.7km 길이다.

길은 시멘트 포장길로 문희마을까지 4km정도 이어진다. 이 길은 동강을 따라 걷는 완만한 코스다. 뚜벅 뚜벅 포장길을 걷거나 강변길, 자갈길 등을 걷다보면 시야엔 다양한 즐거움이 들어온다.

첫 걸음은 인적 없고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쓸쓸함마저 들기도 한다. 그럴때면 강변 중간에 있는 산방에 올라보자. 산중의 정취는 물론 유유자적 흘러 내 품속으로 파고드는 동강의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산방을 나와 1km 남짓 걸으면 옛날 정선 아우라지에서 출발해 한양으로 가던 뗏목길 중 가장 난코스였다고 전해지는 황새여울을 만난다. 급하게 꺽이는 여울이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시원하다.

그 당시엔 이 여울만 넘겨주던 전문 뗏군이 있었다고 하니 급류와 여울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만 하다.

황새여울 부근에는 바위속에 또 수많은 바위들이 박혀있는 이색적인 칠보석군락도 있어 발걸음을 붙잡는다.

저 멀리 산 중턱에 문희마을이 보인다. 마을 앞에는 영월쪽 동강변의 절메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유일한 교통수단인 줄배가 유유히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속 풍경이다.

문희마을로 들어서면 이제부터 산길을 걸어야 한다. 공사중인 동강생태학습장옆으로 칠족령길이 나 있다.

칠족령은 해발 882.4m 백운산 능선에 자리한 봉우리로 문희마을과 영월 제장마을을 잇는 길이다.

문희마을에서 칠족령까지는 1.7km. 길은 산자락을 휘휘 돌아가 걷기 편하다. 하지만 길이 가로지르는 산비탈은 동강으로 급하게 흘러내려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배 교수는 "칠족령의 매력은 '느림 여행'이다. 정상에 꼭 오르겠다고 걷는 길이 아니라 산ㆍ들과 바람 따라 느릿느릿 떠나는 그런 길"이라며"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걸음을 걷다보면 자연의 장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여분 오르자 가파른 길 언덕에 돌탑을 쌓아놓은 곳이 나왔다. 옛날 평창과 영월의 경계로 만든 성터의 흔적이다.

여기서 10여분 더 올라서면 칠족령과 백운산 정상 갈림길이 나온다. 백운산 정상길로 30m 오르자 천 길 벼랑 아래 동강이 휘어져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들은 현기증이 일 만큼 가파른 절벽이 발아래 노여 있다. 성냥갑만 한 소동마을 집들과 강변을 따라 정리된 밭이 정겹다.

김 이장은 "칠족령길은 한 고개, 한 고개 넘을 때 마다 다른 풍경,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이 솟아나다가도 칠족령 정상에 서면 그 모든것이 하나가 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자랑한다.

능선을 따라 칠족령으로 올랐다. 칠족령은 여느 고개와는 조금 다르다. 대부분 능선이 잘록한 부분에 고개가 있는 데 반해 칠족령은 능선에 솟은 봉우리 정상을 고개라 부른다.

이곳을 고개라 부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동강의 변화무쌍함이다. 이 봉우리에서 제장마을로 내려가는 능선을 타지 않고는 길이 없다. 모든 산비탈이 깎아지른 절벽이기 때문이다.

봉우리 옆에 자리한 나무전망대에 섰다. 여기 저기서 "우~와"라는 탄성이 쏟아진다. 산과 강이 태극 모양으로 얼싸둥둥 껴안고 흘러가는 아름다운 광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저 멀리 굵직굵직한 산맥이 릴레이를 하듯 이어지고 있고 그 아래 서너번 용틀임을 하며 흐르는 짙푸른 동강 물줄기에 감탄사가 절로난다.

굽이치면 흘러온 물줄기는 가파른 절벽에 막혀 제장마을을 돌아 바새마을을 에워싸고 저 멀리 연포마을로 굽이쳐 돌아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칠족령에는 재미있는 전설도 전해진다. 옛날 제장마을에 옻을 굽던 선비와 그가 키우던 개가 있었다. 선비가 옻나무진을 채취해 독에 담가 두었는데, 어느 날 독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개가 들어갔다 나온 흔적임을 알게 된다.

이 선비는 옻나무진으로 찍혀 있는 개 발자국을 따라 이 고개에 올랐다가 굽이친 동강의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개 발자국을 따라 길을 낼 수 있었다 하여 옻 칠(柒) 자, 발 족(足) 자를 써서 칠족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칠족령에 올라서면 그 당시 선비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좌우간 40여분가량 산길을 걸어 동강의 드라마틱한 흐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내려서는길, 칠족령 아래에는 천연기념물 260호인 백룡동굴 안전진단이 한창이다. 동굴 입구가 수면과 가까워 물이 불어 수면이 상승하면 동굴 안으로 물이 밀려들기도 하는 특이한 형태의 동굴이다. 안전진단을 마치면 탐방로가 완공되면 내년 5월경이나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칠족령(평창)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를 이용, 새말IC를 나와 42번 국도를 타고 가다 평창읍과 미탄면 소재지를 조금 가다보면 천연바위굴 옆에 동강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문희마을까지 10km다.

△먹거리=송어의 본고장이다. 기화천의 맑고 찬물을 이용해 송어를 양식해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좋다. 선홍빛이 도는 송어회를 그냥 먹거나 각종 야채와 콩고물을 넣고 비벼먹으면 된다. 송어뼈와 껍질을 이용해 끓여내오는 매운탕도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강촌매운탕(033-332-9999)과 기화양어장 등이 잘한다.

△묵을곳=마하리와 문희마을에는 최근 지은 펜션들이 많다. 특히 진탄나루터 부근 산 중턱 자리한 두룬산방(033-334-0920)은 장엄한 동강의 물줄기를 감상하면서 숙박과 오토캠핑을 할 수 있다.

△볼거리=평창읍 부근에 영화 '웰컴 투 동막골'촬영장이 있다. 외진 산골짜기에 조성된 이곳은 강원도 오지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엔 봉평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메밀꽃 축제를 볼 수 있다. 4일부터 열흘간 봉평 이효석문학관부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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