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지대인 미국 하와이섬 코나지역은 온통 검은 용암으로 뒤덮인 별천지다.
1981년 미국의 골프설계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시니어는 이곳 용암지대를 지나다가 문득 검정색과 녹색,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진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를 곧 실천에 옮겼다. 바다를 끼고 도는 검은 용암평야 위에 흙을 5m 깔고 그 위에 녹색잔디를 입혀 골프장을 세운 것이다. 그가 설계한 골프장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코스다
코스는 대체적으로 평탄하다. 아웃오브바운즈(OB)는 없지만 페어웨이 양쪽에 용암이 깔려 있어 슬라이스나 훅이 나면 볼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긴장 속에서 샷을 하게 되고, 실수는 더 잦아진다. 하지만 스코어가 무슨 상관인가. 코스 안에서는 고대 하와이 원주민들이 동굴이나 유적지에 수놓은 조각 작품과 상형문자도 볼 수 있다.
시그니처 홀은 12번홀(파5)이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렉홀로 해안 절벽 위에 우뚝 서 있는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바닷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 드라이브 샷한 볼은 자연스럽게 비거리가 줄어들 이를 만회하려다 내리막 경사지에서 무리하게 3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시도하니 볼은 바람을 따라 용암밭으로 숨어버린다.
13번홀로 이동하는 길옆에는 돌부처가 태평양을 향해 앉아 있다. 그 앞에서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불교신자 골퍼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곳이다. 용암 위에서는 야생 당나귀를, 바다 위에는 큰 고래가 점프하는 경이로운 광경도 있다. 푸르메리아와 붉은 꽃들에서 뿜어 나오는 향수에 취해 머리가 몽롱해진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의 골프는 그야말로 축복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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