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90년대까지는 미국 등 식량 수출국이 재고 처리에 고심하던 '식량 과잉'의 시대였다. 때문에 극빈국에 무상 원조 또는 장기 차관으로 식량이 공급됐고 저개발국도 부족분을 국제시장을 통해 손쉽게 조달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3년 주기의 세계적 기상이변이 빈번해짐에 따라 세계 곡물생산량이 영향을 받으면서 식량부족에 대한 위기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는 소련, 유럽, 남미 등 세계적 밀 생산지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식량부족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가 증폭됐다.

식량 외에 사료, 바이오에너지 등의 소비 증가로 곡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재고율을 고려하면 곡물의 절대량은 충분하다. 세계 곡물생산량(24억t)과 재고량(4억8000만t)을 더하면 28억8000만t으로 전 세계 소비량인 24억9000만t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식량위기 온다?..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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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식용 보다는 가축 사료와 바이오 에너지용도로 이용량이 늘어 전체 수요량은 생산량 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곡물생산 증가율은 21.3%로 소비 증가율인 22.2%보다 낮아 재고율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인구 증가, 신흥개발국의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육류소비 증가, 미국 등 선진국의 곡물의 비식용 용도인 바이오에탄올로의 전용 확대 등이 원인이다.

최근에는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식량 분배의 불평등도 원인이라는 논리가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과 선진국들은 식량이 남고 저개발국은 식량이 부족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식량위기 가능성에 대해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나뉘어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비관론은 개도국 개발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와 농산물수입국이 주장하는 논리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 UNDP(유엔개발계획) 등의 국제기구와 영국 포어사이트연구소, 미국 월드와치연구소 및 맬서스, 사무엘 헌팅턴, 레스터 브라운 등이 주장한다.


◆ 농업생산성 감소 = 최근 10년간 세계 곡물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했으나 개도국과 신흥개발국의 농업생산성은 오히려 감소했다. 신흥개발국의 경우에는 농업기반과 기술이 미흡해 단위면적당 생산성은 농업선진국과 큰 격차가 존재한다. 옥수수와 밀 등의 신흥개발국의 단위면적당 생산성은 미국, EU 등 농업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개도국의 농업생산성과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유가상승 등으로 대외 경제여건변화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석유파동, 세계 경제위기 등은 비료, 농약과 같은 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농업생산성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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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경지면적은 감소하고 있다. 연평균 경지면적 증가율은 0.3%인데 반해 인구는 1.6%가 증가해 결과적으로 1인당 경지면적은 11.7%가 감소했다.


사막화 등도 경지면적 감소추세의 한 원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만ha의 경지가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화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가뭄으로 경지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가뭄, 홍수와 같이 세계적으로 빈번해지고 있는 기상재해는 곡물생산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008~2009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져 저개발국 등 식량수입국에서는 폭동과 기아가 발생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에 의하면 평균 6초마다 1명의 어린이가 기아와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 식량수요 증가 추세 = 세계 인구증가율은 연평균 1.2%로 매년 9000만명이 증가하고 있어 식량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FAO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 91억명까지 증가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식량소비량도 현재보다 70% 증가될 전망이다. 특히 선진국의 인구 증가는 정체 혹은 감소하는데 비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등 신흥 개발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식생활 변화로 육류소비가 40%이상 증가함에 따라 사료곡물 수요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10년간 육류소비량 증가가 가장 높았던 나라는 인도(97%), 러시아(46%), 중국(25%)순이며 사료곡물 수요량도 급증하고 있다.


원유가의 급등으로 대체 연료인 바이오 에너지 원료곡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옥수수 등을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전용하는 것이 식량이나 사료용 곡물수급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용 옥수수 소비량은 2001년 2000만t에서 2010년에는 1억t으로 5배가 증가했다.


◆ 독과점 곡물시장 = 독과점 곡물시장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곡물은 자국소비가 우선인 필수재화로서 생산량의 15%내외만이 유통되는 얇은 시장(Thin market)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곡물생산 상위 5개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2%, 수출 상위 5개국이 전체교역량의 64.4%를 차지하고, 5대 곡물메이저가 국제 곡물시장의 80%를 장악해 수급 및 가격을 통제하는 독과점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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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특정 국가에 기상이변이나 기타요인 등으로 생산이 부족하게 될 경우 수입대상 곡물에 대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1980년 냉해 피해로 쌀을 수입할 당시 시세의 2배 가격을 지불한 사례가 있다.


미국 농무성(USDA)에 따르면 식량가격 상승은 저소득층과 저개발국 소비자에게 더 악영향을 미친다. 생활비 대비 식비의 비중(엥겔지수)이 높은 국가는 대부분 저개발국으로 농업기반이 약하고 식량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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