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 바뀐 金상추, 고기값보다 비싸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지난 26일, 퇴근길에 장을 보러 대형마트를 찾은 박순애(29)씨는 상추 가격표가 잘못 붙여져 있는 줄 알고 직원에게 재차 가격을 확인했다. 상추 한 봉지 가격이 3980원으로 껑충 뛴 것. 박 씨는 "얼마 전까지 2000원 중반까지 상추가격이 올랐지만 이렇게 급등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다른 한 주부는 상추 가격을 보자마자 카트에 담았던 상추를 빼냈다. 그는 "삼겹살 세일한다고 하기에 고기 사러 왔는데 상추값이 더 비싸다"며 "상추에 싸 먹으려면 집에서 먹는 것보다 고기전문점 가서 먹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발길을 돌렸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상추 한 봉 가격이 3980원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상추 한 봉 가격이 39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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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가 또다시 물에 잠겼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 현재 이마트 신도림점에서 판매하는 상추 가격은 한 봉에 3980원(100~150g)이다. 반면 국내산 한우 불고기는 2800원(100g), 국내산 돼지고기 삼겹살은 2280원(100g)이다. 특히 대형마트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입 냉장 돼지 삼겹살을 100g당 1150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까지 벌이고 있어 고기값과 상추값의 역전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고기 전문점에서는 '상추 더 달라'는 말이 무서울 지경이다.

상도동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는 이 모(54)씨는 "지난 주에는 상추 한 상자(4kg)에 9만원 줬다"고 말했다. 그는 "상추 더 달라고 하는 손님에게 차라리 고기를 내어주고 싶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자 일부 음식점에서는 구색 맞추기용으로 상추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을지로에 위치한 U식당에서 불고기 2인분을 시킨 안승애(27)씨는 쌈 싸먹으라고 나온 상추 양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달랑 상추 6장, 고추 2개가 나온 것. 안 씨는 "장마철에 채소가격이 급등한 것은 알고 있지만 1인당 상추 3장씩 먹어야 할 만큼 뛴 줄은 몰랐다"며 "상추에 고기를 싸먹는 게 아니라 상추를 고기로 싸먹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명호(32)씨는 "새싹 비빔밥을 먹으러 갔는데 새싹은 없고 밥만 잔뜩 있었다"며 "이번 주말에 패밀리레스토랑 샐러드바나 뷔페 가서 고기 대신 채소랑 과일만 잔뜩 먹겠다"고 전했다.


이같이 상추값이 고기값보다 비싸게 오른 것은 긴 장마 탓에 경엽 채소류가 물에 잠겨 출하량이 급감한 반면 휴가철을 맞아 고기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각 대형마트에서 물량을 다량 확보해기 때문이다.


한 음식점에서 불고기 주문하자 나온 상추 6장

한 음식점에서 불고기 주문하자 나온 상추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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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3일 가락동시장에서 거래된 청상추 4kg 최대 경락가격은 10만100원, 적포기 상추는 12만1000원이었다. 소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시금치, 파, 양파, 배추 소매가격은 일주일 사이에 15~35%가량 오른 반면 상추 가격은 전주대비 108.75%로 급등한 것. 장마가 그친 이후 일조량이 늘어나 가격이 빠르게 안정됐지만 또다시 쏟아지는 이번 폭우에 안정세에 접어든 가격이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반면 돼지고기는 구제역 여파로 인해 정부와 대형마트 측에서 물량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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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수입 삼겹살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주고 있어서 현재 네덜란드산, 벨기에산, 스페인산, 오스트리아산 등 유럽산 삼겹살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7,8월은 바캉스 시즌이기 때문에 수요가 가장 많아서 현재 500톤가량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채소는 날씨 영향이 커서 가격 등락폭이 잦을 수 있지만 최근 일조량이 좋아져서 가격이 금방 회복했다"며 "이번 비는 게릴라성 폭우인 만큼 다시 날씨가 개면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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