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HY? 증시가 증권사를 비웃다
그들의 추락 '현주소 정밀진단'
특유의 역동성과 창의력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 발전을 주도해 온 증권산업이 모멘텀을 잃은 채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무는 물론이고 기대를 모았던 투자은행(IB) 분야에서도 절대적인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수익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지만 자산관리 사업이나 해외 진출 전략에서도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를 못 찾고 있는 우리나라 증권산업의 현주소를 앞으로 모두 8회에 걸쳐 정밀 진단함으로써 이들이 다시 도약할 필요충분 조건을 모색해 본다.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우리나라 증권산업의 대표주자 삼성증권 삼성증권 close 증권정보 016360 KOSPI 현재가 123,200 전일대비 6,800 등락률 -5.23% 거래량 924,999 전일가 130,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클릭 e종목]삼성증권, 목표주가 올랐는데 투자의견 낮아진 이유는 국민은행·삼성금융, '모니모 KB 통장' 출시 1주년 계좌개설 이벤트 외국인 자금 들어오나… 통합계좌에 증권주 기대감 의 시가총액은 약 5조원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사 전체 시장가치의 5분의 1이나 차지하는 이 회사의 규모는 그러나 코스피 랭킹 60위 안팎에 불과하다. 3년 전 이맘때만 해도 삼성증권은 40위쯤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에도 못 미친다. 경제의 거울이라는 주식시장에 오늘날 우리나라 증권산업의 지위는 이렇게 비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6개월 동안 유가증권시장 증권업종 지수는 18.48%나 떨어졌다. 4.89% 오른 코스피지수와는 정반대 쪽으로 가장 멀리 역주행한 증권업종의 수익률은 시장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삼성증권과 신영증권에 따르면 증권업종의 주가는 주당 순자산가치의 0.97배(주가순자산비율·PBR)에 불과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PBR이 1배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증권회사 값을 장부가치 만큼도 안 쳐 준다는 뜻이다. 코스피 전체의 PBR는 평균 1.3배로 증권업종보다 30% 이상 높다.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도 박하다. 증권업종의 주가는 주당 순이익의 9.79배(주가수익비율·PER)로 코스피 평균 9.94배를 밑돈다.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지 않다는 것은 현 이익수준의 지속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은 현재의 이익 수준에 비해서 후한 주가가 형성돼 PER가 높다.
국내 증권사들이 당장의 가치도 미래의 이익 성장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주는 국내 투자자들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식되지 못하는 데다 각 사별로 특화된 영역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경쟁이 너무 치열해 문제”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영역이다.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돈 벌이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과거 수년간 계속된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과 온라인 매매 비중 확대는 증권사의 실질적 수수료 수입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여전히 수익의 절반 이상을 이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브로커리지의 한계를 절감한 증권사들이 사업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해 영역 확대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너도나도 뛰어든 투자은행(IB) 업무의 경우 저가 출혈 경쟁으로 마치 계륵처럼 돼 가고 있다. 대형사,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IB 업무에 뛰어 들면서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증권발행 수수료가 극도로 낮아진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IB 업무를 수행하고 받는 수수료는 미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자본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뛰어들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자본력은 위험을 적극 감수하면서 IB 업무에 뛰어들기에는 취약하다. 부가가치가 높은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로 외국계 증권사가 가져가고 있는 게 이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산관리 사업을 주목하고 있지만 우수한 상담 인력과 넓은 점포망을 확보하는데 드는 돈이 만만치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취약한 자본력과 저부가가치 중심의 업무 편중은 효율성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상위 5개 대형 증권사의 직원 1인당 부가가치는 미국의 26%, 일본의 6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직원 1인당 순이익 역시 미국의 32%, 일본의 66%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생산되는 부가가치 중에 인건비로 지급되는 비중은 미국 금융회사들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연구원은 “생산성에 비해 인건비 수준이 과도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글 싣는 순서>
1. 증권업을 비관하는 주식시장
2. 추락하는 브로커리지
3. 레드오션 전락한 한때의 기대주 'IB'
4. 돈은 쏟아 붓는데…PB시장의 대결투
5. “해외로!”…늘어나는 투자, 불어나는 적자
6. 프라임브로커, 주주에게 또 손 내밀어?
7. 진퇴양난의 중소형사, 그들은 어디로?
8. 증권산업 활로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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