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 톨레도 주립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LG애드 광고대행사에서 해외 PR 및 기획을 담당했으며 한국 맥도날드에서 소비자 조사, 메뉴 개발, 론칭 및 ATL·BTL 전반을 담당하는 브랜드 매니저로 활동했다.
지난 7월 1일로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국내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는 3년, 기타 증류주는 5~10년, 맥주는 7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반면 와인의 경우 수입 관세 15%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평소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유럽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들로서는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관세 인하 덕분이었는지 2003년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6.2%인 수입국 5위에 불과했던 칠레 와인은 FTA가 체결된 2004년엔 점유율이 단숨에 13.3%로 뛰었고 2010년에는 점유율이 17.3%로 2위를 굳혔다. 일명 ‘와인 왕국’인 프랑스의 점유율을 53.2%에서 38.3%까지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FTA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 유럽과의 FTA도 칠레와 같은 결과를 낳을까? 우선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럽 와인은 내재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점이다. 칠레 와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다른 와인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새로운 와인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세계적인 불경기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도 설득력 있다.
셋째, 흔히 말하는 음식과의 궁합이다. 와인을 술보다는 음식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음식과의 결합으로서 접근이 용이하다. 매년 외식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성장의 배경인 파스타, 피자의 근원이자 종주국이 유럽임을 감안할 때 외식 업체의 메뉴 리스트에 유럽 와인이 한 줄 더 추가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유럽산 와인을 수입하고 있는 와인 수입사 입장에서는 와인이라는 소비재를 일부 애호가들만 즐기는 것이 아닌 대국민적 소비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한-EU FTA라는 단타성의 이슈를 이용해 가격만 인하해 놓고 소비자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무엇보다 유럽산 와인들은 어렵다는 선입견과 두려움을 해소해줘야 한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고급 레스토랑의 두꺼운 와인 리스트나 전문 숍에 빼곡히 진열된 와인 병들 앞에 주눅 드는 것이 현실이다.
어떠한 소비재도 머리속에 쉽게 자리 잡지 않고 찾기란 불가능하다. 와인이 혹독히 공부까지 해가며 이름을 외워 구매해야 할 만큼 어렵고 문턱 높은 고귀한 소비재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와인은 어려운 술이지만 와인의 본질은 ‘포도로 만든 술’이며 서양에서 건너온 건강한 식문화의 일부분이자 기호식품일 뿐이다. 소비자가 거부감과 망설임 없이 와인을 고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상거래가 이뤄질 때 진정한 FTA 효과가 발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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