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월 만의 영수회담에 건 기대가 너무 컸던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조찬회동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두 사람은 민감한 현안인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손 대표가 요구한 하반기 등록금 부담 완화와 구제역 피해 복구 등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선 대통령이 어렵다고 했다. 6개 의제 가운데 가계부채 해결, 저축은행 사태 처리, 일자리 창출 등 3가지에 대해선 의견이 접근된 합의안이 나온 게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다.
반값 등록금과 한ㆍ미 FTA 문제에 대한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하긴 무리였다. 워낙 의견 차가 컸기 때문이다. 한ㆍ미 FTA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비준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손 대표는 재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선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각론에서 견해차를 보였다. 두 사람은 등록금 인하와 대학 구조조정 병행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지만 인하 시기와 폭, 방법을 놓고선 의견이 달랐다.
이번 회담은 한 번 만나 풀기에는 과제가 많고 벅찼다. 양측 모두 대화정치가 시작된 데 의미를 둔다고 평가한 이유다. 청와대는 "대화의 문을 연 데 의미가 있다"고 했고, 민주당도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 성과"라고 했다. 이번에 풀지 못한 과제는 외면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중요한 현안들이다. 다음 만남에서 타결을 시도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실무 차원의 논의도 계속돼야 한다.
국민은 영수회담 이후를 지켜보고 있다. 딱 부러진 결론이나 성과는 없지만 시급한 민생 문제에 대해선 공감했다. 이견이 어느 부분에서 있는지도 확인했다. 합의한 민생 현안에 대해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내놓고 야당도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가계부채 대책과 저축은행 부실 처리 및 재발방지 대책, 일자리 창출 방안은 시급히 제대로 실행돼야 한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양측이 약속한 후속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청와대나 민주당이나 이번 회담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만큼 국민은 앞으로 뭔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33개월 만의 만남이 그냥 웃는 얼굴 사진 찍고 보여주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