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만에 하나 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고객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운용관리기관으로 선정된 사업자가 고객자산의 90% 이상을 특정 자사상품에 예치하는 행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해당 사업자가 부실화될 경우 고객 재산보호가 어려워진다. 장기적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나친 자사상품 위주의 운용은 규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첫 번째 이유는 운용관리사업자인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통해 부실화 위험의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규제의 타당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사유는 실제로 모든 사업자가 겪는 문제이며 금융당국도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3개 업권 간 형평성과 관련,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반드시 자사상품 운용제한이 도입되어야만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입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그 정도의 합리성이 중요하며 업권 간 형평성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또 과도한 금리경쟁이 문제라면 정책당국이 조만간 개정할 것으로 보이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운용방법 관련 모범규준'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격주 간격으로 상품의 금리상한을 주어진 기준에 따라 결정, 공시하여 모든 고객에게 무차별하게 적용하는 새로운 제도에서 금리 위주의 경쟁은 지금보다 훨씬 엄격히 제한될 것이다.
자사상품에 대한 운용규제는 이런 점을 고루 살펴 현실을 고려한 적당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아울러 업권 간 규제의 균형도 매우 중요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보험업에 대해서만 특별계정설치를 이유로 자사상품 운용제한을 면제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 은행권의 신탁계정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험업의 특별계정과 동일한 고객재산 보호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적을수록 바람직하지만 꼭 해야 한다면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고객에 대한 실질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또 가급적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상로 산업은행 부행장(연금신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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