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성지에서 버티기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글레디에이터'로 유명한 리틀리 스콧 감독의 2005년작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은 2차 십자군 전쟁 당시를 생생하게 그린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발리안(올랜도 블룸)은 대장장이에서 성지 예루살렘을 지키는 최후의 기사가 된다. 그의 앞에는 이슬람 세계의 전설적 군주 '살라딘'의 대군이 서서히 압박을 가해온다.
대군과 일전을 앞둔 빌리안은 싸울 수 있는 남자들에게 모두 기사 작위를 주면서 사기를 고조시킨다. 이들은 사력을 다해 살라딘 대군의 공세를 막아낸다. 빌리안 군대의 강력한 저항에 살라딘은 협상을 제안한다. 빌리안과 기독교인 예루살렘 백성들이 해안가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빌리안과 기독교인들은 예루살렘을 잃었지만 백성들을 지켰다. 대군 앞에서 저항다운 저항을 하지 못하고 항복했다면 노예가 되거나 학살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었다. 예루살렘이 고립무원의 상태가 아니라 원조를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면 끝까지 성을 지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10일 연속 계속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그치면서 증시가 급반등했다. 이제는 정말 떠나는 것이냐는 우려가 들 정도로 팔기만 급급하던 외국인이 '사자'세로 돌아서자 지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폭등했다. 56포인트(2.75%) 이상 오르며 단숨에 2090선을 회복했다. 2.75% 급등은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시원한 반등은 위축됐던 투자심리를 단숨에 회복시켰다. 반등의 주역인 일명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의 건재와 2000선 초반에서의 저가 메리트 확인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기대심리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외국인의 2900억원 순매수는 당장 나올 청산물량은 소진됐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최근 프로그램도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인덱스 관련 외국인의 매도물량 출회도 일단락 된 것으로 기대된다.
동양증권은 고점대비 낙폭(-8.7%)이 금융위기 이후 조정국면에서 평균 조정폭(-8.9%)과 비슷한 수준에서 반등이 나타났다는 점과 각종 기술적 지표들이 과매도권에 진입한 점은 '싸다'는 개념이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2개월 예상 PER가 10배 이하로 내려간 상황도 가격메리트 부각에 일조했다.
2100 이하, 좁게 보면 2050선 아래에서 저가 메리트는 확인됐고, 유럽재정 문제, 미국의 경기모멘텀 둔화와 양적완화 종료 임박, 중국 긴축 등 기존 악재들도 더 나빠질게 없는 상황이다. 2000선의 조기붕괴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아직 바닥 확인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 경기둔화와 그리스 재정위기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동양증권은 이런 이유를 들어 여전히 추세적인 상승국면의 도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반등이 지속될 경우 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2130선이 1차적인 목표로 삼을만 하다고 조언했다. 종목별로는 반등 초기국면에서는 기존 낙폭과대주들의 반등속도가 빨랐다며 증권, 운송장비, 화학, 기계업종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략을 달리했다. 향후 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악재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심리적으로는 안정될지 모르겠지만 주가측면에서는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매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현명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흔들리고 투자심리가 불안정할 때마다 천천히 주식에 대한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한 장세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종목별 대응에 있어서는 기존 주도 종목인 자동차 및 부품, 정유, 전기차 및 태양광 관련주로 지수 하락 때마다 분할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기존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도 종목을 선도했던 기관이 관련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기존 주도주 종목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향후 장세에서 외국인 매물이 줄거나 매수세로 전환될 경우 관련 종목의 탄력은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새벽 뉴욕 주식시장은 하락출발했지만 기업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다우 지수는 전일 대비 8.10포인트(0.07%) 상승한 1만2402.76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5.22포인트(0.40%) 상승한 1325.69, 나스닥지수는 21.54포인트(0.78%) 오른 2782.9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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