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률의 올댓USA]'소프트 파워' 이끄는 호세 바티스타
지난해 메이저리그 홈런왕인 호세 바티스타(30·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또 화제다. 저니맨에 불과했던 그가 올시즌 들어서도 19홈런(25일 현재)으로 이 부문 선두를 지키고 홈런타자로서는 믿기 어려운 고타율(.343)까지 과시하고 있다. 홈런타자도, 그렇다고 교타자와도 거리가 멀었던 바티스타 활약에 메이저리그가 흥분하고 있다.
이대호(롯데)가 25일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생애 첫 3연타석 홈런을 날리기 9일 전인 지난 16일.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즌 첫 3연타석 홈런 잔치가 나왔다. 주인공은 2010년 54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 홈런 1위에 올랐던 바티스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전에서 생애 첫 3연타석 아치를 그렸다. 바티스타의 한 경기 3홈런은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인 4개에 한 개 모자랐지만 바티스타였기에 더욱 주목을 끌었다.
바티스타는 2년 전 만 해도 별 볼 일 없는 전천후 선수였다. 투수와 포수를 빼곤 팀 형편에 따라 여러 수비 위치를 도맡았던 그였다. 소속팀 이동도 빈번했다. 200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20라운드로 지명한 뒤 2004년에만 볼티모어 오리올스(16경기), 탬파베이 레이스(12경기), 캔자스시티 로열스(13경기), 뉴욕 메츠(이적 즉시 트레이드), 다시 피츠버그(23경기) 유니폼을 번갈아 입어야 했다. 이 때문에 바티스타는 폴 레너(1946~1952년) 이후 야수로는 처음으로 한 해 4개팀 이상 옮기면서 각 팀 당 25경기 미만 출장한 선수가 됐다. 바티스타는 이것도 모자라 2008년 지금의 토론토로 이적했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바티스타는 그저그런 선수였다. 2009년까지 한 해 최고 홈런수도 16개(2006년)에 불과했다. 이랬던 바티스타가 2010년 전년 대비 41개나 불어난 54홈런을 치게 된 것은 뒤늦게 찾은 타격감 덕분이었다. 늘 한 탬포 늦은 타이밍에 배트가 나와 타고난 배트 스피드와 선구안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바티스타는 2010년 부터 손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타격 타이밍을 일찍 가져가면서 신데렐라 주인공으로 탈바꿈했다.
바티스타는 홈런에서 뿐만 아니라 정확성에서도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해 .260이 최고 타율이었던 바티스타는 2루수 머리 위를 정조준해서 정확하게 스윙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타격왕 마저 노릴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또 파워와 정확한 타격에 힘입어 장타율(.804)과 출루율(.492)을 합친 OPS에서도 배리 본즈가 2001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73개)을 세웠던 당시 기록한 1.379에 근접하는 1.296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바티스타에 더 흥분하는 건 그가 과거 홈런타자와 같은 모습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 183㎝인 바티스타는 비슷한 신체 사이즈인 역대 최다 홈런 2위(755개) 행크 애런(183㎝), 4위(660개) 윌리 메이스(178㎝), 16위(536개) 미키 맨틀(180㎝)과 같은 빠르고 부드러운 소프트 파워로 홈런을 양산하고 있다. 근래 들어 과도한 웨이트와 금지 약물 복용으로 얼룩진 홈런 타자와는 달리 타고난 운동 신경과 적절한 몸관리로 추억의 홈런 타자를 그려내고 있다.
바티스타는 지난 2월 토론토와 5년간 6500만달러의 재계약을 맺었다. 주위에선 한 해 반짝하고 말 수 있는 성적을 낸 바티스타에게 너무 과한 액수를 안겼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바티스타는 이런 주변의 시샘을 비웃듯이 보다 업그레이드된 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바티스타가 투고타저로 한 해 50홈런 이상 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2년 연속 50+홈런과 3할 타율까지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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