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세계를 강타한 일본 대지진에도 끄떡없었는데, 협력사 노조 파업에 휘청이다니…."


엔진부품 전문기업인 유성기업 노조 파업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안팎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완성차 5개사가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에도 비교적 꿋꿋하게 버텨온 만큼 겨우 협력사 한 곳이 국내 자동차산업을 좌지우지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유일 자동차업체인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협력사 파업으로 인해 생산 등의 유형적인 손실 뿐 아니라 명성이라는 무형적인 자산에도 흠집을 냈다. 일본발 부품 위기를 극복하면서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노조 파업에서는 현대ㆍ기아차의 장점이 하나도 발휘되지 못했다.

지난 3월 대지진을 겪으면서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 것은 2개월 이상에 달하는 넉넉한 재고와 위험요소 분산을 위한 공급업체 다양화였다. 일본 도요타 등 선진 자동차기업들이 '적기 즉각 공급(JIT)'이라는 모토로 재고를 최소화할 때도 이 회사는 꿋꿋이 적정 재고를 유지했다. 국내 부품 업체 관계자는 "선진 기업 관점에서는 무식(?)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재고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일본에서 공급받는 전자부품, 도료 등의 부품을 재빨리 국내외 관련 기업으로 옮기면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서 대지진 때 위력을 발휘한 강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현대ㆍ기아차에서 사용하는 피스톤링의 유성기업 의존율은 무려 70%에 달했다. 대한이연이라는 또 다른 회사에서도 이 부품을 납품받고 있지만 소형 일부차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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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가 집단조퇴, 잔업 및 특근거부를 실시한 것은 지난 3월 중순부터였다. 이때부터 생산량은 50% 이상 줄었다. 일본발 부품공급 위기가 나타났던 시기인 만큼 대비를 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약 두달간 근근이 버텨온 셈이다. 그리고 유성기업 노조가 지난 18일 전면적인 라인점거를 실시한 순간 재고는 일주일치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지진을 이겼다고 좋아했던 순간 위기는 또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때마침 일본과 미국 경쟁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해 이번 파업은 우리를 더욱 뼈아프게 만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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