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겼다 하면 규제 족쇄 채워 때리기
창의성.혁신성 차단..기업들 해외로

벤처시리즈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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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소셜게임 업체 파프리카랩을 이끄는 김동신 대표. 그는 지난 2007년 대학 졸업 후 바로 벤처의 길로 뛰어 들었다. 현재 파프리카랩은 모든 게임을 해외에서 서비스한다. 설립 당시부터 해외시장만을 염두에 뒀다. 김 대표는 "국내는 게임에 관련된 규제가 너무 많아 해외를 노렸다"며 "정부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국내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건너온 벤처업체 대표 A씨도 국내 벤처 규제를 두고 쓴 소리를 했다. A씨는 미국 벤처를 거쳐 국내에 둥지를 틀었다. 1년여간 한국에서 벤처를 하며 열악한 벤처 환경과 정부 의식에 놀랐다고 한다. 그는 "한국 정부는 벤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며 "벤처에 규제를 계속 가하는 것은 성장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규제 그물 통과해야 벤처 가능=벤처계가 '규제의 과다'를 지적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변한 건 별로 없다. 국내서 벤처를 하기 위해서는 촘촘히 짜인 규제 그물을 통과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규제는 멈추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새롭게 추가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셜커머스에 대해 '통신판매업자'라며 유권해석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소셜커머스는 지난해 국내에 도입된 신(新)산업이다. 업계는 "소셜커머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그루폰도 현지서 중개업자로 규정되는 등 산업 특성 자체가 판매업자라고 보기엔 부절적한 면이 많다"며 "최근 소셜커머스 관련 피해사례가 많이 나오다보니 서둘러 봉합하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이번 발표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소셜커머스 비즈니스를 알고보면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며 "그런 규제가 누적된 게 현재 우리나라 벤처"라고 일축했다.


지적은 정부로 향한다. 현 규제 왕국의 씨앗은 정부의 인식에 있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 1세대인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벤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덮기 위해 규제를 만드는 식으로 일관해 왔다"며 "무엇보다 정부의 벤처 패러다임이 변해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벤처 투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벤처인증제'가 도리어 초기벤처를 억눌러 왔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한 벤처업체 대표는 "한국은 벤처에 있어서는 확실히 '큰 정부'"라며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벤처산업에 일일이 지적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벤처규제 관련 발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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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갉아먹어=각종 규제는 벤처의 기업가 정신을 옥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다. 벤처를 하기 위해 거쳐야 할 규제들이 산적한 현실에선 벤처만이 지닌 창의성과 혁신성을 맘껏 뽐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모바일 게임 하나를 만들려 해도 각종 심사를 받고 규제를 거쳐야 한다"며 "다양하게 부딪히며 그 와중에 답을 찾는 게 벤처인데 국내는 그런 가능성을 아예 막아놨다"고 말했다. 이어 "앵그리버드 같은 신산업 벤처 대박은 국내서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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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올 초 김황식 국무총리는 "세계 10위권의 창업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과감히 개선하고 벤처 창업을 저해하는 여러 규제를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문제 하나 생기면 규제 하나 만드는 식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 정부는 규제도, 지원도 않는 작은 정부로 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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