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제재 앞둔 공정위, 3년 전 보고서 공개 '왜?'
석유산업 경쟁정책 보고서 "직거래 주유소 84.4% 타사 기름 못 받아"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말 정유사들의 원적지관리에 대한 제재를 앞두고 2008년에 작성한 '석유산업 경쟁정책' 보고서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정유사와 직거래하는 자영주유소 중 84.4%가 특정 정유사 기름만 납품받는 '배타조건부 거래계약'을 맺어 다른 회사 제품은 취급할 수 없게 돼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힘을 싣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보고서 작성 뒤 부처간 의견 교환 등이 필요해 공개 시점을 늦출 수 있고, 2009년 한 차례 공개한 내용"이라며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김동수 위원장이 "무거운 제재(4·29일 국회 경제정책포럼)"를 예고한 뒤 3년 전 보고서를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유사의 원적지 관리란, 매출이 높거나 상징성이 큰 지역의 주유소를 확보하기 위해 정유사가 다른 곳보다 기름을 싸게 주거나 각종 혜택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주유소들은 대신 마음대로 거래처를 바꿀 수 없다.
보고서는 정유사들의 이런 행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2008년 4월 현재 정유사들이 직거래하는 자영주유소는 8721곳. 이 중 배타조건부 거래계약을 체결한 곳은 7363개로 전체의 84.4%에 이른다.
정유사별로는 현대와 계약한 자영주유소 1816곳이 100% 이 조건으로 거래를 했고, GS칼텍스 자영주유소도 2350곳 중 2248곳이(95.7%) 같은 조건으로 기름을 받았다. SK 자영주유소 가운데는 3001곳 중 2805곳이(93.5%), S-OIL과 거래하는 1554곳 중에는 494곳이(31.8%) 같은 조건에 묶여 있었다.
보고서에는 "정유사들이 자사 상표 표시 허용, 보너스 시스템 및 제휴카드 서비스, 각종 시설 지원 등을 조건으로 자사 기름만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유사들은 주유소가 전량 공급 조건을 위반할 경우 계약 해지, 손해배상 청구, 디브랜딩(자사 폴 철거), 보너스 시스템 철거 등 철저한 불이익을 줬다.
지난 3월 정유사들의 원적지 관리 혐의를 포착한 공정위는 4대 정유사에 심사보고서를 보내 한 달여의 소명 기회를 줬다. 최종 제재 수위는 이달 말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무거운 제재를 예고한 만큼 과징금 규모가 적게는 수 천억원, 많게는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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