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리스 재정적자 문제가 한동안 가라앉았던 유로존 재정위기를 다시 수면 위로 완전히 끌어올렸다. 주말 불거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설은 그 정점이었다.


그리스 국채의 수익률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6일 룩셈부르크에서 비공식회의를 갖고 그리스·포르투갈에 대한 추가 지원 프로그램과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임 문제 등을 논의했다.

회의 직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고 이에 유로존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공교롭게도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회의와 겹치면서 이 자리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슈피겔 보도 직후 유로화는 1유로 대비 1.4316달러로 1.3%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고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2년물이 25.34%까지 치솟았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의 한스 베르너 진 대표는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두 가지 악재를 더는 것” 이라면서 “통화가치를 절하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자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경제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외르크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책임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드라크마(유로로 통일되기 이전 그리스 화폐)로 복귀하는 것은 경제적 자살행위”라면서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 은행에서 유로화를 인출하려는 뱅크런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마스 슈트라우바르 HWWI 경제연구소장도 “이는 그리스의 디폴트로 이어져 지난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도미노 붕괴현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6일 회의 후 “그리스 유로존 탈퇴설은 어리석은 생각이며 회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그리스 정부 역시 이를 즉각 부인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도 “독일 정부 내에서도,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기오르고스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것은 재앙과도 같다”면서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공공부채는 두 배로 늘고 실질구매력은 곤두박질치며 은행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와 IMF의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회의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쪽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에 추가로 조정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세부 사항은 추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EU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각국에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낮추는 시한을 당초 합의한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에 독일은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에 대한 그리스 정부의 의지가 미덥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자구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그리스가 유로존 각국에 계속 손을 벌림에 따라 유로존 각국 사이에 그리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6일 회의에 참석한 EU 관계자를 인용해 그리스가 당초 정한 재정적자 감축 목표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 300억 유로(약 430억 달러) 가까운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유로존 각국이 이제 그리스가 적어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유로존의 ‘중환자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특히 독일에 있어 뼈아픈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 중 47%가 그리스 재정지원에 반대하는 반면 찬성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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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리스를 그냥 포기할 수도 없다. 그리스가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고 디폴트(국가부도)를 선언할 경우 2008년과 같은 전세계적 금융위기를 다시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오는 16일 브뤼셀에서 그리스 문제를 재차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그리스에 지원한 구제금융의 상환기간을 다시 연장하거나 국채 재매입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파파콘스티아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국채 발행에 실패할 경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지원을 받아 국채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 650억 유로의 상환을 추가로 연장하는 것과 그리스 지원자금에 대한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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