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해운, 조선업계에서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벌크선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철광석, 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은 금융위기 이후 해상운임 하락, 물량상승폭 둔화, 공급과잉 등이 지속되며 수렁에 빠진 모습이다.
벌크선은 올 들어 신조선 발주도 뚝 끊겼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벌크선 발주량(전 선형)은 총 79척, 659만8200재화중량톤수(DWT)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2척, 1619만2679DWT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벌크선 부문은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수퍼사이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해운조선업계의 '수익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해운사에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줬고, 조선사에는 벌크선 신조 주문이 잇따랐다. 저운임, 발주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으로선 모두 '과거의 영광'이 된 셈이다.
특히 최근 국내 4위 해운사이자 대표 벌크선사인 대한해운 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중소 벌크선사들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소식이 잇따르면서 벌크선 업계가 생존 기로에 설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벌크부문과 컨테이너부문을 함께 영위하는 한진해운 , HMM 등 대형 해운사는 상대적으로 시황이 많이 회복된 컨테이너부문의 수익성을 높여 메우는 모습이다. 국내 조선사는 당분간 벌크선 발주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팬오션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2008년 중반 이후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도 바라본다"며 "국내 해운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장기물량확보, 선단운용 등에 특히 힘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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