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전 세계 해운 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맞물려 노후 선박 해체를 서두르고 있다. 건조된 지 20여년 이상의 오래된 선박을 해체해 나오는 고철을 팔아 추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16일 국제 조선ㆍ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락슨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세계 선박 시장에서 해체용으로 매각된 노후 선박은 총 50척으로 집계됐다. 선박이 실을 수 있는 총 화물량을 나타내는 선복량은 240만DWT(재화중량t수)를 기록했다. 선종별로는 벌크선(19척)이 가장 많았다.
올해 초부터 해체용 선박이 급증하는 것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업황이 위축될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황이 호황 사이클에 진입했을 때는 노후 선박을 띄우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불황기에는 물동량 부족과 연비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전 세계 해운사들은 20~30년 된 노후 선박 해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선박 해체 비중이 가장 큰 벌크선은 올해 1200만~1500만DWT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낼 전망이다.
외국계 증권사 해운 담당 애널리스트는 "2월 말까지 해체 매각된 벌크선은 200만DWT 이상"이라며 "철강 수요 폭발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노후 선박 해체가 매력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300만DWT 이상의 벌크 노후 선박이 해체되면 지난 197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스크랩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벌크선 전선형 평균값을 살펴보면 지난 2009년 t당 271달러에 불과한 스크랩 가격은 지난해 382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 들어 평균 40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매각된 케이프 사이즈의 벌크선은 최대 5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노후 선박을 해체할 수 있는 스크랩 야드가 늘어나는 것도 선박 해체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글라데시 법원은 해체를 목적으로 선박을 수입하는 것을 최근 자국 조선소에 허용했다.
일반적으로 노후 선박 해체가 늘어날 경우 시황이 점진적으로 살아나는 순환의 구조를 띠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BDI가 600포인트대까지 내려갔던 2009년 초에 벌크선 해체량이 급증했다"면서 "단기간에 많은 선박이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운임 회복을 이끈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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