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본드가 뜬다(하) 모범규준부터 만들라


지난달 1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2층 대강당. 이날 전국은행연합회 주최로 열린 커버드본드 세미나에는 시중은행 외환업무 담당 실무진 등 200여명의 금융권 관계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장 입구에서 배포된 발표자료는 일찌기 동이났고, 적잖은 참석자들은 선 채로 통역기에서 들려오는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 동향에 귀를 기울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신한은행 외화자금부 담당자는 "커버드본드가 제도화된다면 시장이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연합회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시한 모범규준 초안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이다.


커버드본드 발행이 단기 외화유동성 유출입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데다 발행기관이 부실화됐을 경우 주주와 커버드본드 보유자, 주택담보 채무자 등 이해당사자 간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은행 등 발행기관이 청산 절차를 밟을 경우 주주 입장에서는 특별법에 의해 커버드본드 투자자에게 우선 변제가 되면서 자신들이 챙겨야할 몫이 줄어들고, 채무자로서도 커버드본드 투자자 우선 변제 과정에서 저당권이 정리기관으로 넘어가면 자신의 자산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모범규준이라도 확정을"=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은 아직 미미하다. 본드 발행이 활발해지려면 법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한 탓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은행이 보유 담보자산을 담보로 하는 이른바 '법제화된 커버드본드'의 발행이 불가능하다. 국내 은행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려면 지급 보증을 위한 외부기관(SPC)을 따로 설립하고 담보자산을 매입하게 해 이중청구권을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화 커버드본드' 방식을 취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해지는 만큼 비용이 더 들어갈 뿐만 아니라 투자자 신뢰를 얻기도 쉽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는 발행 메리트가 별로 없다고 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구조화된 상품은 아무래도 법적 근거가 아닌 사적 계약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구속력이 약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담보를 많이 설정해야한다"며 "또 신탁회사 설립에 따른 각종 계약서류, 소송 때 권리 문제 등 구조가 복잡하고 발행비용도 커 투자자들이 꺼린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커버드본드 법제화는 차치하고 모범규준이라도 정해진다면 발행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은 모범규준에 주택금융공사가 지급보증을 하는 장치가 마련되는걸 기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5월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고 커버드본드 모범규준 초안을 만들어 금융당국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1년 가까이 감감 무소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모범규준은 지난 2007년부터 논의돼 왔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답답한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에 모범규준이 나온다면 최소 10억 달러 정도는 발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머뭇거리는 금융당국=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도 신중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모범규준이 채택된 이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커버드본드가 투자자의 관심권에 있는 상품이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수요가 불확실한 만큼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채무변제 순위에서 후순위채 등 여타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 고려할 것이 많아 정부 내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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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권은 국내에서 시도했던 커버드본드 발행이 해외투자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사례를 들며 금융당국의 걱정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유석희 주택금융공사 유동화증권부장은 "지난해 아시아와 미국의 사모펀드, 은행, 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는데 정부가 지급보증에 나서서 그런지 5억 달러 어치를 발행하는데 27억 5000만 달러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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