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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문구점 다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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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100원짜리 색종이도 학교에서 다 주는걸 뭐 … 준비물 살 필요가 없으니까 문구점에 올 일도 없지.”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 앞에서 30년째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훈(67)씨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그의 가게는 이번 학기부터 월세값도 내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했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학습준비물을 제공하다보니 학생들이 더 이상 등굣길에 문구점을 들르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근처에 있는 문구점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소상공인들은 다 문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일 바쁜 아침 시간에도 문구점을 찾는 손님들은 20여명에 그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예전에 장사가 잘 될 때에는 하루 매상이 최하 25만원이었는데, 최근 하루 평균 매상은 10만원 안팎”이라며 2011학년 새 학기부터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31일 찾아간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독산초등학교 앞 대성문구점의 모습. 주인 김모(70)씨는 "아이들은 별로 안 오고 가끔씩 어른들이 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31일 찾아간 서울 금천구 독산동 독산초등학교 앞 대성문구점의 모습. 주인 김모(70)씨는 "아이들은 별로 안 오고 가끔씩 어른들이 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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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초등학교 앞 문구점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중구 남산초등학교 앞 문구점 역시 가게를 내놓았지만 8개월째 나가지 않아 임대료가 이미 몇 개월째 밀려 있는 상태다. 주인이 물건을 새로 들이지 않아 가게 안 상품 진열대의 3분의 1가량은 텅 비어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학습준비물 지원 사업'을 크게 확대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부담을 덜어낸 반면 초등학교 앞 문구점은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올해 서울을 비롯해 경기·강원·광주·전북·제주도교육청 등은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간 최소 2만40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각각 138억 원, 52억4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올해부터 초등학생 1인당 연간 3만원, 중학생은 1만원씩 학습준비물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도화지·색종이·물감·풀 등 소모성 학용품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학용품 등을 구매해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한다. 준비물은 학교마다 설치된 학습준비물 지원센터에서 관리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도 학습준비물 지원사업비로 올해 225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예산으로 도내 전체 초등학생 90만 명에게 연간 2만5000원씩 지원하게 된다. 또 다자녀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셋째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1인당 6만원씩 책가방 구입비를 지원한다.

경기도 성남에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은 김모(28) 교사는 “예전에는 도화지 한 장까지 일일이 집에서 준비해야 했지만 학습준비물 지원으로 가정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며 “학년 별로 담당 교사를 지정해 필요한 용품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문구점이 볼멘 소리를 하는 데 반해 학부모들은 신이 난다는 반응이다. 학습준비물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안정수(38)씨는 “학기 초에 색연필이나 사인펜, 종합장만 준비하면 돼 예전에 비해 준비물이 많이 줄어든 편”이라며 “직장에서 10시에 퇴근하는 날도 많은데 일일이 알림장을 보며 아이 준비물을 챙기는 일에서 해방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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