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강원도를 감자바위 취급한다"


29일 오후 강릉시 교동 먹자골목에서 탁주를 기울이던 고모씨(77세)는 도지사 보궐 선거에 대해 묻자 대뜸 역정부터 냈다. 균형발전에서 소외됐다는 분노와 도지사 선거 10개월 만에 다시 치르는 보궐 선거에 대한 피로감이 가득했다. 고씨는 "아직까지 믿을 수 있는 후보가 없다"며 "여야를 떠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선택 하겠다"고 말했다.

4.27 재보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선거 최대 승부처인 강원지역 표심은 '안개속'이다. 여야 모두 공천을 확정하지 않은데다, 잦은 선거로 인한 피로감이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 것처럼 보였다. 강릉은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욱천 전 의원이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2009년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광재 전 지사의 실형 확정으로 다음 달에 또 보궐 선거가 실시된다. 50대 택시기사는 "강릉처럼 선거를 많이 한 지역이 또 어디에 있느냐"면서 "선거라면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 강릉시내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30대 이모씨(여)는 "성의있게 투표를 해도 효과가 없어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강릉은 오랫동안 한나라당 텃밭으로 분류될 만큼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6.2지방선거를 제외한 역대 선거에서 한 번도 야당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의 강원도 평균 득표율은 54.36%였지만, 강릉에선 52.27%로 평균을 밑돌았다. 춘천과 원주에선 각각 61.01%와 54.65%였다.

이번 선거 결과도 예측불허다. 노년층에선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뚜렷했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더딘 지역 발전에 대한 불만이 정부와 여당으로 향해 있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만난 65세 김모씨는 "예전에는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다 되는 줄 알지만 이제는 바뀌었다"며 "지난 선거에서 '죄 지은' 이광재를 뽑아준 것도 다 정부에서 깨달으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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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 선거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주민들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결같이 "젊은 사람이 안됐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편의점 직원인 임기훈(29)씨는 "이광재씨가 지지하는 후보라면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릉 먹자골목에서 만난 한 상인은 "민주당에서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를 치르는데 그 돈이 얼마나 아깝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같은 시각 강릉 종합체육관에선 한나라당 강원지사 경선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엄기영 전 MBC 사장과 최흥집·최동규 전 강원부지사는 각자 지지자를 앞세우고 공천을 향한 '뜨거운 욕망'을 분출했다. "선거 때만 서민을 찾지, 끝나면 쳐다보지도 않더라"며 혀를 차던 중앙시장 한 귀퉁이 생선가게 중년 여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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