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의 불이 꺼지면.. 바다 위 다리가 빛난다
[건설산업은 상상력산업이다]대림산업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플랜트의 불이 꺼진다. 이는 대한민국의 해외 건설이 막을 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동의 플랜트에 불이 꺼지면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동력의 바퀴는 멈춘다. 한 쪽으로만 지나치게 편중된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현주소다. '하면 된다'의 시대를 벗어나 '상상해야 된다'의 시대적 사명감이 현실로 직면한 시점인 셈이다.
대림산업은 이같은 건설산업 전반의 추세에 따라 한가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누구보다 선진화 된 기술로 '바다 위에 다리를 건설하자'는 판단이다. 아직 설 익은 사과처럼 다리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차근차근 지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세계 4위 = 대림산업이 건설 중인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가 들어서는 현수교다. '하늘과 바다 사이의 평행선', '철로 만든 하프'라고 불리는 현수교는 교각이 많이 필요 없어 경제적인 초장대 교량으로 인정받는다.
이순신대교의 총 다리 길이는 주탑 양쪽에 있는 측경간장 길이 715m(357.5m×2)를 포함해 총 2260m에 달한다. 특히 주탑과 주탑 사이의 주경간장 길이는 1545m로 일본의 아카시대교 1991m, 중국 시호우먼교 1650m,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 1624m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량에 이름을 올렸다.
다리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주탑은 서울 남산(262m), 63빌딩(249m) 보다 높은 해발 270m까지 올라간다. 콘크리트 주탑으로는 세계 최고(最高) 높이다. 현존하는 현수교 콘크리트 주탑 중 가장 높은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해발 254m) 보다 높은 세계 최고 규모로 올라간다.
바다에서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대 85m, 평균 71m에 달해 다리 밑으로 초대형 선박운항이 가능하다.
주탑 사이의 선박운항 가능 폭은 국내 최장인 1310m로 길이 440m의 1만80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만8000개 선적)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들도 안정적인 양뱡향 통항이 가능하다.
진도 7~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1등급 기준으로 설계됐다. 이는 1000년에 1번 꼴로 발생하는 대형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기술자립화에 성공, 해외 진출 모색= 이순신대교의 이같은 기록은 순수 국산 기술로 건립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순신대교는 순수 국산기술로 시공되고 있는 최초의 현수교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6번째로 현수교 기술 완전 자립국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의미 있는 다리인 셈이다.
현수교의 설계에서부터 시공 및 유지보수까지 모든 분야를 자국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그간 국내에서 시공됐던 모든 현수교는 외국의 기술과 기술진에 의존해서 만들어졌다. 이는 설계비의 5~10% 내외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순신대교는 설계에서부터 장비, 자재, 기술진에 이르기까지 현수교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국산화해 시공하고 있다.
특히 두 개의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 가설 작업은 현수교 시공 과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정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이중 무게가 수 만 톤에 이르는 케이블을 주탑과 앵커리지(Anchorage)에 거치하는 작업은 공중에서 대부분의 공정이 진행된다. 이에 케이블 설치 전문 장비와 전문 운영 기술자가 도맡아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순신대교의 케이블 거치 작업이 실시되기 전 국내 초장대교량 사업은 주로 일본에서 전문 장비와 기술자를 임대해 설치했다.
현수교의 핵심 공정에 사용되는 케이블 가설장비를 직접 제작하고 운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확보 못한다면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림산업은 이 부분을 100% 국산화하기 위해 순수 국내 기술로 케이블 가설장비를 직접 개발했다. 새로 개발한 케이블 가설장비의 성능과 운영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서 묘도 쪽 해상에 이순신대교를 축소한 370m 길이의 가교를 만들어 성공적인 시험 작업을 완료했다.
국산 케이블 가설장비는 현재 공사에 도입된다. 이순신 대교 대림산업은 케이블 가설장비 국산화에 따라 이순신대교 프로젝트에서만 약 200억원 정도의 기술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림산업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이순신대교에서 완성된 한국형 현수교 원천 기술을 토대로 미국과 일본, 유럽의 건설사가 주도하고 있는 해외 특수교량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대림산업 부회장은 "대림은 해상 특수교량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력과 시공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해상 특수교량 기술 자립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이순신대교를 통해 비로소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대교는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현수교와 관련된 모든 분야가 국내 기술진들에 의해서 순수 국산기술과 자재로 시공되고 있다"며 "해상 특수교량 기술 자립화라는 우리 토목학계와 건설업계의 오래된 꿈을 실현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에서 완성된 한국산 현수교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건설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해외 해상 특수 교량 시장에 당당히 참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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