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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15만 시대 "고3, 입시에서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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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15만 시대 "고3, 입시에서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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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오주연 기자]지난해 수능 응시생의 21%는 재수ㆍ삼수생이었다. 전체 71만여 명의 응시생 가운데 15만명 이상이 졸업생 응시자인 것이다. 이는 2010학년도보다 18.3%나 늘어난 것이다.

고3 학급의 절반 가량이 자연스럽게 재수를 선택하고 재수생을 '고4'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가 지난해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는 20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7541억원(3.5%)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4'를 둔 가정의 사교육비 통계는 아예 빠져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고생스러운 수험기간을 1년 유예하면서까지 재수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수를 통해 1년 이상 수능준비를 더하는 만큼 수능 점수가 오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더 나은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재수생이 수능 '1등급 더 높았다' = 아시아경제가 입시교육업체 '하늘교육'에 의뢰해 학교별 재학생과 재수생의 학력차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수생들의 수능 등급은 재학생들과 평균 한 등급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대학입시 수능결과를 분석한 결과, 언어ㆍ수학ㆍ외국어 3과목을 모두 응시한 학생 중 재학생(47만 1190명) 평균 등급은 5.02등급이었던 데 반해 재수생(12만 2923명)은 4.23등급이었다. 결국 평균 1등급을 더 올리기 위해 한 해 10만명 이상이 캠퍼스 대신 재수학원을 선택하는 것이다.

졸업생 중 재수 및 반수(대학에 입학하고도 다시 수능에 응시) 비율이 80% 이상이었던 휘문고의 경우, 재수생들의 3개 영역 평균 표준점수는 재학생과 비교해 15.3점이나 올랐다.

이밖에도 영동고 12.1점, 중동고 14.9점, 서울고 24.3점씩 재수생들의 성적이 올라 재수의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도 재수생들의 성적 향상도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강남구 내 인문계 고교는 11.6점 오른데 반해 관악구는 21.47점이나 올랐다는 사실이다.

◆ "비용 부담되지만 더 좋은 대학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 = 지난 3일 서울 노량진에서 재수생 전문 단과학원을 알아보고 있던 김대원(19)씨는 "대학을 가야 사람대접 받는다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며 "재수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려한다"고 말했다.

관악구 내 고교를 졸업한 그의 3학년 학급은 40명 가운데 30명이 재수를 선택했다. "솔직히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김씨는 "지금 이 시간에 대학 캠퍼스를 거닐 대학생 친구들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며 표정을 찡그렸다.

올해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입학한 허여울(20)씨는 1년 전 수능을 치르자마자 재수를 결심했다. 목표했던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막할 것 같은 2010년을 보내고 11학번 새내기가 된 허씨는 재수가 힘들기는 했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말한다.

그는 "고3보다는 재수생이 수능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 재수생한테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지금 다니는 학교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다시 재수한다고 집에 손을 벌릴 수 없는 처지라 반수나 편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가 일반화되면서 최근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대입을 준비하는 재수생을 '고4'라고 부른다.

고3 아들의 수능이 끝나면 해방될 줄 알았다는 학부모 오정희(45)씨는 다시 긴 터널 앞에 섰다. 서초동 모 재수생 전문학원에 다니는 큰 아들에게 쓰는 돈이 학원비만 한 달에 120~150만원. 교재비 20만원, 교통비 15만원, 식비 20-25만원까지 다 합치면 월 2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는 "예전에는 재수하면 부모님께 미안해했는데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고3 재학생 때 대학을 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재수는 선택이 아닌 당연한 수순이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월급쟁이 남편을 둔 이모(46)씨는 자녀가 재수를 한다고 했을 때 살림이 빠듯해질 게 뻔해 고민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학비를 댔다.

이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수를 못시키겠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입시설명회를 다녀왔는데 현역으로는 대학을 갈 수 없고 재수를 해야만 상위권대에 갈 수 있다고 말을 한다"며 "재수를 하면 대부분 성적이 오르니까 잘하든 못하든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자연스럽게 재수학원으로 가는 현재의 시스템은 뭔가 잘못 되어있다"고 말했다.

◆ "중ㆍ하위권층 재수 수요도 증가" =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고3 재학생이 몰려있는 수능 등급 구간대가 4, 5등급이라면 재수생은 3, 4등급"이라며 "재수효과가 '있나 없나' 거칠게 묻는다면 '있다'고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상위권 재수생을 중심으로 학원가에서 이들을 유치하는 경쟁이 심했지만 최근에는 중ㆍ하위권층에서 재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재수학원 자체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의 입시전문학원인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는 지난달 열린 입시설명회에서 "고3 재학생들은 졸업생들에 비해 공부량, 목표와 전략 설정, 공부에 대한 적극성 모두에서 불리하다"고 분석하면서 "입시제도의 변화보다 입시결과에 있어 고3 현역들이 처참하게 깨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지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재수생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12만6688명이던 것이 2009년 12만7089명, 2010년 13만655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사교육비 통계에서는 빠진 재수시장 = 이에 따라 학원들은 재빠르게 '재수종합반'을 겨냥한 기숙학원 등 다양한 형태의 학원을 우후죽순처럼 내놓고 있다. 15만명선까지 늘어난 재수생 시장이 산술적으로는 1~2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해 12월 메가스터디는 경기도 양지에 870명 수용 규모, 연 150억원 매출 예상 규모의 호텔식 기숙학원을 개원했으며 한샘학원은 서울 목동에 '도심형 기숙학원'을 개원해 재수생 잡기에 나섰다.

한샘 목동 기숙학원의 허양 부원장은 "최근에는 재수생들이 독학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적기 때문에 학원 등을 통해 관리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들 기숙학원은 월 수강료가 2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한 기숙학원 관계자는 "올해 개원을 위해 지난해 20곳 이상의 기숙학원들이 새롭게 등록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달 16일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이 감소되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며 방과후학교 강화, 교과 교실제 도입 등을 통해 올해 사교육비를 1조원 이상 경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공교육에서 벗어난 재수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재수생들은 필연적으로 재수전문학원, 기숙학원 등의 사교육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재수생들의 사교육비를 정확히 통계내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 통계에 이를 넣는다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사교육비 통계를 흐리게 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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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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