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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에서 찾는 평안북도 정주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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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김소월이 1925년 펴낸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에 담긴 시들은 당시의 언어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게 홍윤표(69ㆍ사진)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말이다. 홍 전 교수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에 쓰인 언어는 당시 평안북도 정주의 방언"이라면서 "이 시집을 잘 보면 당시 정주의 말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장 '님에게'에 실린 '님에게'에는 '비오는 모래밧테 오는 눈물의 축업은 벼개까의 꿈은 잇지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축업은'은 정주 방언의 형용사로 '추겁다' '추거워'로 변칙 활용하며 '축축하다'는 걸 의미한다. '축축하다'의 '축'에 파생접미사 '업'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11장 고독(孤獨)에 실린 '비난수하는맘'에는 '함께하려노라, 비난수하는 나의맘'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비난수'는 정주 방언에서 무당이나 소경이 귀신에게 비는 말을 뜻한다.
홍 전 교수는 "이같은 정주 방언을 잘못 해석한 출판사들이 이를 다른 말로 바꿔버리는 바람에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시집 '진달래꽃'의 언어 상당수가 훼손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9장 '녀름의 달밤'에 실린 '오는 봄'을 보면 '수풀밋테 서리운 머리낄들은 거름거름 괴로히 발에 감겨라'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 '머리낄'이라는 단어는 후에 '머릿결' 또는 '머리깔'로 바뀌었고 뒤에 나온 소월 전집에서는 모두 '머릿길'로 돼있다. 정주 방언에서 '머리낄'은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말인데 이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홍 전 교수는 이와 관련 "정주 방언을 서울말로 고쳐쓰면서 소월시가 많이 손상됐는데 이건 비단 '진달래꽃'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이번 진달래꽃 문화재 등록을 계기로 잘못 알려진 문학작품들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출판계나 문화계 전반에 '대충 연구하는 자세'가 만연해 있는데 이번 문화재 등록을 시작으로 '정밀하게 연구하는 풍토'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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