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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은행 독립성과 '철밥통'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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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신의 직장', '철밥통' 같은 수식어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사랑받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자"며 "직장과 정년이 보장된 상황이 조직의 이미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큰 폭의 조직개편에 이어 이날 '과감한' 인사를 단행한 후의 소감을 피력한 것이다.

김총재는 2003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40대 본부장을 발탁했다. 1977~82년 입행한 직원이 전 직원의 4분의 1에 달해 '한은 창립 이래 60년 역사상 가장 고령화된 조직'을 역사적 유물로 물려받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 이례적으로 지방대학 출신과 여성인력을 각각 13명씩 승진시켰다.
한은의 변화와 체질개선을 시도하는 김 총재의 노력은 일단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직을 보다 젊게 만들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일은 필요하다. 한은도 '경쟁 없는 중앙은행'에서 벗어나 눈을 밖으로 돌려 외국 중앙은행과 경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직개편의 중요성 못지않게 한은이 중앙은행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짚어볼 문제다. 한은 노조는 '김 총재 취임 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지난 1월부터 위상 회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조와의 갈등과 관련해 김 총재는 "조직의 장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며 "과거에 비해 독립경영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과 달리 한은이 독립성을 굳게 지켜왔는지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 금리 인상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했는가 하면 정부가 강조하는 성장을 뒷받침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김 총재 역시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자세를 보여 '무소신'이라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또 김총재 취임 후 지난해 11월부터 한은이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VIP 경제브리프'라는 이름으로 정례적으로 청와대에 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한은 행태나 김 총재의 언행에 비춰볼 때 독립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한은의 조직개편도 필요하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총재의 줏대와 소신은 한층 중요하다. 위ㆍ아래가 함께할 때 진정한 조직 개혁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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