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세계 경제가 고삐 풀린 물가에 휘청이고 있다. 중동ㆍ북아프리카 정정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과 홍수 등에 따른 식품가격 급상승은 전세계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 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국제유가발 고(高)인플레이션 악령 출몰 =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1970~1980년대식 스테그플레이션이 재현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국, 유럽, 일본이 올해 석유 수입을 위해 지난해 보다 약 2000억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할 것"이라면서 "유가 급등이 세계경제 회복을 잠재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경우 올해 미국의 석유 수입비용은 지난해보다 800억달러 증가한 3850억달러까지 치솟고, 유럽은 760억달러 늘어난 3750억달러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 앤디 시에 전(前)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국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와 중국 경제 미디어 카이신 온라인에 실은 '핫머니, 빠르게 번지는 폭동'이라는 기고문에서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1차 책임은 선진국의 통화 양적완화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가 급등으로 인한 고인플레이션으로 빈곤층의 폭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미국 역시 폭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센서스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미국민의 14.3%가 빈곤층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미국민 5000만명이 이집트의 국민들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특히 "내년 말 미국 국채 시장이 붕괴되고 신흥시장의 경제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또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유럽연합 등 금리인상 카드 만지작 = 각국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인플레이션 경보음을 울렸다. 벤버냉키 연준 의장은 1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기는 하지만 연준은 국제 상품가격 급등이 경기회복을 위협할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언제든지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그러나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일시적이고 비교적 완만한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유럽연합도 마찬 가지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4%로, 2010년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일부 정책위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올 여름 전에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도 금리 인상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영국중앙은행(BOE) 2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인상 찬반 의견은 1월 6대 2에서 5대 3으로 조정됐다. 영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0%를 기록하며, 26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중국,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국가들은 식품가격 상승, 석유 가격 폭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자국통화 평가절상을 검토하고 있다. 젠스 소르비디크 노무라증권 통화조사 담당 전무는 "인플레이션을 막는 가장 빠른 방법은 통화 평가절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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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일 국제유가는 리비아 소요 사태가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에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다시 100달러에 근접했다.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 4월만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7% 급등한 배럴당 99.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국제거래소(ICE) 4월만기 브렌트유도 3.66달러(3.3%) 오른 배러당 115.46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주요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8% 내린 1만2058.0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57% 하락한 1306.33을, 나스닥지수는 1.61% 빠진 2737.41로 장을 마쳤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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