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두 남자의 집짓기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두 남자의 집짓기' 이현욱, 구본준 지음 / 마티 / 2만2000원
어둑해질 저녁까지 두 남자가 담을 쌓는다. 경계를 따라 놓인 벽돌이 비뚤비뚤하다. 벽돌을 나르고, 쌓고, 속에 흙을 채우면서 낑낑대는데 갈수록 괴발개발. 나중에는 모르타르도 부족해 벽돌 몇 개는 붙이지도 않고 올려 놓기만 했다.
"이런 건(담장의 어설픈 모습) 우리한테만 보일 거야. 그치?"
"그럼, 그럼. 30만원 줄인 게 어디야..우린 참 대단했어!"
일을 거들어주던 시공사 직원이 보다못해 한 마디했다. "소장님, 기자님, 어두울 때 보는 데도 이 정도인데 내일 아침에 보시면 정말 엉망일 걸요" 17년차 건축가와 10년차 건축 전문기자인 남자들의 대답.
"괜찮아, 괜찮아. 예쁜데 뭘. 나중에 나무 심으면 잘 안 보여"
'두 남자의 집짓기'(마티)는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교육 환경이 나쁘지 않은 동네에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목적을 갖고 각각 3억원의 돈으로 실평수 48평의 단독주택(정원이 딸린)을 지은 기록이다. 그것도 1달만에.
이현욱 광장건축 소장과 구본준 기자는 2010년 봄 용인 동백지구의 단독주택 단지의 땅 70평을 함께 사들여 나무로 집을 지었다. 목조 주택은 화재에도 잘 견딜뿐더러 시공기간이 한달밖에 채 걸리지 않는데다 단열이 콘크리트 건축물 보다 뛰어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게 이름하여 '땅콩집(duplex home)'이다. 땅콩껍질에 땅콩이 2개이 듯 한 필지에 두 집이 들어서 있어서다.
땅콩집은 설계부터 기초공사, 인테리어까지 두 사내의 인생철학으로 쌓아올린 결과물이다. 기본 철학은 '단열'이다. 이 소장이 앞서 지은 집에서 무지막지한 난방비(전기세 100만원!)를 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문 크기를 줄이고 단열재를 두텁게 넣었다. 이 덕분에 12월 한겨울에 나온 가스비는 15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단독주택은 춥다는 선입견을 깬다.
단열에 버금가는 철학은 아이들을 위한 '마당'이다. 캐치볼 정도는 할 수 있는 넓이의 마당을 먼저 확보하고 집을 설계했다. 두 남자는 마당에 살구나무, 대추나무, 자두나무를 아이들과 함께 직접 심고 잔디를 깔았다. 아이들의 머리 속에 세월과 같이 쌓이는 추억을 심은 것이다.
이런 철학은 이 소장이 수십년을 집에 살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이 소장은 "건축가로서 모든 주택에서 다 살아봐야한다"면서 시어머니, 시누이와 같이 사는 43평 아파트부터 24평 오피스텔과 21평 아파트를 거쳐 15평짜리 다세대 주택까지 두루 겪었다. 그 결과는 "주거의 최종 결론은 역시 단독주택"이다.
예쁘고 값싼 땅콩집은 입소문이 퍼져 블로그(http://cafe.naver.com/duplexhome.cafe)까지 개설됐고, 땅콩집 개방행사를 한 날은 3일간 700여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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