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이배용 위원장 "이야기 가득한 '경주 둘레길' 만들어야"
"국가브랜드 제고에 역사와 문화가 키워드..제주도 7대 자연경관 선정위해 스토리텔링 중요"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여성 역사학자가 대한민국 브랜드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얼마전까지 국내에서 손꼽히는 경영학자(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가 맡았던 자리다. 이들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국내 최고 사학의 총장을 지냈고, 그 시절 두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몇 단계는 끌어올렸다.
하지만 학문적 태생이 그렇듯 두 사람이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명성을 쌓는 방법은 달랐다. 국가브랜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경영학자는 국가브랜드를 경제와 연결시키는 데 주력했고, 역사학자는 우리 역사와 문화가 곧 브랜드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 역사학자가 바로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64·사진)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29일 취임해 이제 네달째를 맞았다. 이 위원장에게 지난 4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정된 직후 전화인터뷰를 했던 기록을 뒤졌다. 취재수첩에는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품격을 높여가야 한다. 특히 서울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배우자들에게 우리만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줄 것"이라는 그의 다짐이 적혀 있었다.
다시 만난 이 위원장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은 더욱 깊어진 듯 했다. 이 위원장은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 때 삶의 기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문화"라고 강조했다. 또 "문화가 살아있을수록 국가의 신뢰도가 달라진다. 문화는 인간이 바람직하게 살아갈 길을 가르쳐준다. 문화가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 품격의 기본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주, 제주, 안동 등 우리 것으로 가득찬 유서깊은 곳들을 우리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경주에 둘레길을 만들면,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속 이야기로 가득채울 수 있다"고 했고,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공감할 스토리가 필요하다. 성산 일출봉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뜨는 곳이라는 점을, 백록담은 하늘과 땅이 맞닿는 신성한 곳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 'G20세대'로 불리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 대해 "우리가 열정과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어떤 결과에 도달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칭찬을 해줘야 한다. '승리의 경쟁'이 아니라 '열정의 경쟁'이 돼야 한다. 결과에 관계없이 열정을 존중해주고 격려해줘야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 서울 G20 정상회의를 치르는 등 꽤 바쁜 생활을 보낸 것 같다. 국가브랜드도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인 듯하다. 다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아쉬운 점이 있다.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꽤 많이 바뀌었다.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서 체감하고 있나.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민들 모두 체감을 많이 했다. 정상회의 기간동안 자율적으로 2부제에 참여해 거리가 한산해졌고, 큰 시위사태도 없었다. 손님을 편하게 해줘야하겠다는 인식이 우리에게 함께 동참하도록 한 것 같다. 또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됐다는 것은 패러다임이 바뀐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함께 성장하자는 점에서 우리가 최적의 국가다. 대통령이 직접 가교역할을 하는데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정상들이나 세계에 이 두가지 측면에서 많이 알려졌다.
정상회의가 끝난 후 조사를 했는데, 대한민국에 대한 인지도가 75.3%였다. 정상회의전에 비해 3.6%포인트 상승했다. 그 상승효과는 1조8000억원의 가치가 있다. 호감도로 따져봤더니 66% 정도가 나왔는데 이 역시 16.6%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경제적인 역할 등도 높게 나왔다. 특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에서 높게 나왔다. 이들 국가는 우리와 교역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G20 정상회의가 경제에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회의 기간동안 행사를 국립박물관과 창덕궁 등 문화공간에서 여는 등 우리 문화를 보여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보여주려한 노력들이 정상과 배우자들에게 각인됐을 것이다. 내가 직접 정상 배우자들에게 창덕궁에 대해 설명을 해줬을 때 그들이 친근함을 느낀 것은 큰 보람이었다.
-국가브랜드는 품격에서 비롯된다.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사와 문화를 빼고 갈 수 없다.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이 많이 개발돼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게 안동과 제주, 경주 등의 문화자산이 많은데,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역사와 문화, 그것이 핵심이다.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안정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때 가장 지향돼야 하고, 삶의 기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문화다. 문화가 살아있을수록 국가의 신뢰도가 달라진다. 풍요롭지만 문화가 없다면, 질서가 없고 나눔ㆍ배려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나. 문화는 인간이 바람직하게 살아갈 길을 가르쳐준다. 문화가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 품격의 기본이다.
배움에서 형성되는 것은 문화의식이다. '저 사람 점잖다' 등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화의 문제다.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문화다. 대한민국은 문화리더십이 이제 필요하다. 문화리더십이 함께 해야 정말 존경받을 수 있다. 세종대왕이 가르쳤던 것이 바로 문화리더십이다. 지나간 것이 아니라 미래 이정표이자 교훈, 메시지가 된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문화를 통해 생각할 수 있고, 넓게 할 수 있고 높은 이상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위원회에서 할 것들이 많다. 안동이나 경주에는 수십번을 가도 항상 감동을 느끼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숨어있는 옛 사람들의 정신과 발자취를 보기 때문이다. 이런 감동을 통해 희망도 찾고, 보람도 가질 수 있다. 사례를 하나 들자면, 현재 우리는 신혼여행을 너무 외국으로만 나가는 풍조가 있다. 국내 관광지도 옛날보다 훨씬 인프라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국내부터 관광을 한 뒤에 외국으로 가면 좋겠다. 이를 위해 사회 각계가 캠페인을 했으면 한다. 국내 관광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곳곳에 스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화여대의 경우, 외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이화여대 정문을 통과하면 '행운을 가져다준다', '돈을 많이 벌게 된다', '딸이 잘된다'는 소문이 나서다. 이것이 스토리다. 이들 관광객들로부터 학교가 입장료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상가가 활성화된다. 이렇듯 지역마다 스토리를 만들어서 어느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가면 복을 받고, 소망이 이뤄진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려면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투표를 많이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성산 일출봉은 해맞이 하는 곳인데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 뜨는 나라라는 점을 부각시키면 좋겠다. 100년 전에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해돋는 나라'라고 했다. 남북 분단상황과 연결시켜 '평화의 해를 비추는 나라'라고 부각시킬 수 있다. 햇볕이 비추는 것은 좋은 이미지를 가져다준다. 한라산 백록담은 하늘과 땅이 맞닿는 곳이다. 올레길도 잘하고 있다. 세계인이 알게 되면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둬야 한다.
-올해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세계와 함께 하는 품격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해외봉사를 민간의 자율운동으로 확산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해 '신뢰하라', '존중하라'고 해서 신뢰를 얻고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고, 세계가 이를 인정해야 가능하다. 한국인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고 선망을 해야 한다. 기여를 할 때 존중받고, 사랑받고, 신뢰를 받는다. 기여는 곧 나눔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갖고 있는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어려운 국가에 원조하고, 재능과 문화를 나누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해외에서 재해가 발생할 때 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고, 여러 기관을 통해 해외봉사도 펼치고 있다. 대학이나 종교단체에서도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이런 봉사를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많다고, 돈이 많다고, 경제가 풍요롭다고 강대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지지를 받아야 일류국가,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나눔이 계속 퍼져나갈 때, 진정한 지지를 받을 때 진정한 강대국이 되고 선진일류국가의 위상이 확보된다.
-한국에 호감이 있는 '코리아 브랜드 커뮤니케이터 10만명'을 확보해 SNS를 통해 국가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여나가겠다고 했는데 소개를 한다면.
▲온라인을 통해 SNS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좋은 아이디어도 올리고 소통도 하고 있다. 소통하면서 우리를 알리고,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고친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코리아를 검색하면 북한과 섞여서 정보가 제공되는데, 그런 것들을 바로 잡고 있다. 우리 문화를 스토리텔링하고 어떻게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잘 만들어낼 지 많은 블로거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해외의 수많은 네티즌들을 적극적으로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온 유학생 조직도 있다.
-이 위원장은 역사학자이자 평생 교육자로 살아왔다. 교육자로 볼 때 'G20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을 평가한다면.
▲우리 세대는 자기표현을 당차게 하지 못했는데, 요즘 세대는 자기표현을 잘 한다. 그런 부분은 성장 잠재력이다. 또 어릴 때부터 외국어를 습득해 글로벌화 할 때 더 적극적이다. 도전의식도 갖고 있다. 우리는 나눔이나 봉사에 대해서도 여유가 없었는데, 젊은 세대는 봉사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고 실천력도 있다. 굉장히 좋은 점이다. 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해 그릇을 키워줘야 한다. 그래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지금은 경쟁이 치열하다. 승리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다할 때 본인의 꿈이 이뤄진다는 점을 심어줘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뿐 아니라 지고 온 선수들에게도 격려를 해줘야 한다. 도전할 때에는 모두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G20세대도 그런 마음을 가졌을 때 함께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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