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싸움으로 신한금융의 경영진 공백사태가 빚어진 후 금융권에서는 우량은행의 급격한 추락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순수 민간은행의 전통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따랐다. 경영권이 흔들리는 와중에 관치가 끼어들어 간섭할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시각이 그것이었다.
류 회장의 말은 '자격 있는 누구도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일반론으로 볼 수 있다. 관직에 몸담았다 해서 무조건 부자격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그동안의 금융권 인사나 시장에 나도는 얘기를 보면 한가한 일반론만을 펼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벌써 신한금융 회장자리를 노린다는 여러 명의 관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현 정권의 경제실세라는 인사도 거론된다. 하나은행, 우리은행까지 포함한 인사 시나리오까지 나돌면서 금융계는 어수선하다.
민간자본이 세워 민간 금융전문가들이 정상급으로 키워 놓은 신한은행의 전통은 우리 금융시장의 자산이기도 하다. 경영진 내분이 있었지만 그것이 관치의 빌미가 되거나 관 출신 인사가 한자리 차지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일부 대주주들이 힘 있는 관 출신을 '방패막이'로 쓰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민간은행이 가진 특장인 자율성, 창의성, 진취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