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안 마련...KIC와 수익률 경쟁 불가피할 듯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투자공사(KIC)와의 수익률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12일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외화자금국을 외화자금운용원(가칭)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조직개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 확정된다.

개편안이 확정되면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 조직이 국(局)에서 원(院)으로 격상되며, 한은의 국장은 1급 간부지만 원장은 임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조직의 자율성도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원장을 대내외 공모하고, 직원의 상당수도 외부 전문가에게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사실상 외화운용을 전문적으로 맡는 조직이 신설되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계속 늘어나면 이를 운용하는 조직도 커져야 한다"며 조직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2008년 말 2012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2916억달러로 2년 새 45% 가까이 늘었다.

한은측은 안전성을 우선에 두는 현재의 운용 원칙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자율성과 개방성이 주어지면 외환보유액 운용 방식이 예전과 달리 수익률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안을 두고 한은 안팎에서는 KIC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한은은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별도 조직으로 운영될 경우 수익률 노출이 불가피해지면서 KIC와 경쟁구도로 갈 가능성도 높다.


KIC가 현재 운용중인 금액은 360억달러(투자수익 30억달러 포함)며, 올 상반기중 납입되는 한은 추가 위탁자금(30억달러)과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산으로 배정한 100억달러 중 먼저 집행키로 한 50억달러를 더하면 올해 투자규모는 총 440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국회의 승인을 얻어 추가 예산을 편성하면 최대 500억달러 수준까지 운용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일각에선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국부펀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6위권이지만 국부펀드 규모는 19위(지난해 10월 기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


실제 한국보다 외환보유액이 적은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테마섹홀딩스가 각각 2480억달러와 1330억달러 투자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리비아는 투자규모가 700억달러이며 , 카타르(650억달러), 호주(590억달러), 알제리(570억달러) 등의 순으로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같은 의견을 반영한 듯 지난 11일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후속 합동보고회의'에서 KIC가 원화자산 투자 및 자기자본의 30배 이내에서 차입 및 채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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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KIC의 투자규모 확대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메릴린치 투자 실패로 인해 여전히 1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안고 있으며 그간 투자수익률도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에는 금융위기로 인해 벤치마크 수익률(-13.8%)보다 큰 14.5%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염두해 둔 듯 KIC의 운용금액 확대와 관련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서면 적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2월에 추가위탁을 결정한만큼 아직 추가위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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