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곤 씨, "가족애를 느끼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세요"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여행에세이 '다시 그 곳에 서고 싶다'는 점점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는 책이다.
현대그룹 계열사, 서울 프로덕션, 지앤지 인터내셔널 광고대행사를 거쳐 광고대행사 아리커뮤니케이션의 대표를 맡고 있는 변재곤씨는 어느 날, 가족들에게 북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한다.
남편과 맞벌이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 10살짜리 아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이 아닌 배낭여행, 그것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북유럽을 돌아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선, 변재곤씨의 고민은 아들 우석이가 걷다가 힘들다고 떼를 쓰면 어쩌나, 해외에서 불량배나 소매치기를 만나는 것은 아닐까, 길을 잃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추억보다는 고생했던 기억만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하나. 별의 별 상상을 다해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변재곤씨는 가족과 배낭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준비없이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북유럽 배낭여행을 위해서 수개월 동안 여행 준비도 했다. 일단 수입의 일부를 모아서 여행 경비를 마련했다. 북유럽 관련 책들도 읽어보고 여행 계획도 세웠다.
변재곤씨는 여행 준비가 다 끝나자 북유럽이 아닌 일본행 티켓을 끊었다. 북유럽 여행을 하기 전에 일본 배낭여행을 해보자는 것. 이는 변재곤씨가 북유럽 배낭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자신을 시험하는 예비 무대가 된 셈이었다.
일본행은 처음부터 손쉬웠다. 아내가 현직 일본어 교사였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주로 그는 일본의 주요 도시를 돌면서 걷고 또 걸었다.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오사카, 나라, 교토 등을 6박 7일 일정으로 일주했다. 물론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면서 여행의 재미도 만끽했다.
결과는 대성공. 일본 배낭여행에 자신감이 붙은 변재곤씨는 북유럽 4개국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일주를 감행했다.
"처음에는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저 가족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사진도 별로 안 찍어서 자료 사진이 별로 없네요. 편안한 여행이기보다는 힘들게 다녀온 여행이 더 값진 법이잖아요. 그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이 행복이었죠"
아들 우석은 일본 뿐만 아니라 북유럽 배낭여행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물론 처음 여행 계획대로 100%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길을 잃어버려서 몇시간 제자리에 머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만큼은 예전보다 돈독해졌다.
그는 책에서 기억에 남는 여행지, 나라별 특징을 서술했다.
"덴마크는 중앙역의 샤워장이 기억나요. 화장실을 개조해서 간단히 샤워만 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무서웠죠. 노르웨이는 자연사 박물관이에요. 물고기도 만져보고 직접 먹이도 줄 수 있죠. 물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어요. 노르웨이에서 스웨덴 국경을 넘을 때 기차가 고장나서 버스로 이동한 적이 있어요. 기차만 6시간 타면 되는데, 버스만 24시간 타고 간 적이 있었죠. 우리 같으면 화를 내고 뭐라고 그럴텐데, 스웨덴 사람들은 화도 내지 않고 잘 참더라고요. 화를 내기보다는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변재곤씨는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고백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한국이 자랑스럽고요. 한국에는 없지만 외국에 있는 것들을 보면 부럽고, 우리 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한국의 상품들이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때는 우쭐한 기분도 들더라고요."
변재곤씨는 가족들과의 대화 소통을 위해서 여행을 다녀왔지만, 가장 큰 여행의 목적이 매너리즘의 탈피였다.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변재곤씨는 일상을 탈출하자는 생각을 했고,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그가 뒤늦게 책을 쓴 이유는 차분히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다.
"평범한 직장인도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글도 잘 쓰지 못하고 능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하나 하나 기록하다보면 또 그 추억이 떠오르니까 기분도 좋더라고요. 다소 부끄럽지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여행지에 대한 기록보다는 여행지를 돌아보고 난 후의 단상을 적었다. 이 책이 다른 여행책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런 점들이다. 여행을 직접 떠날 목적으로 실용서를 찾는다면, 이 책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저자의 단상은 여행지를 알려주는 책보다도 더 소중할 것 같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