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G20]선진국 진입 위해 정치선진화 절실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새해를 맞이하며 이제는 한국정치가 확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국회는 1948년 제헌의회 이후 무려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후진적 정치구조는 늘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여야의 물리적 충돌은 국민적 자괴감을 넘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세계 7대 무역대국 진입,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성공개최 등 국력이 신장된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 정치선진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與野 주먹다짐' 무법천지 폭력국회, 세계적 조롱거리로 등장
지난해 한국 정치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지난달 8일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는 국회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의원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인 것은 물론 보좌진, 당직자들까지 합세한 가운데 무법천지를 연출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이 물에 빠지면 수질오염'이라는 세간의 우스개는 한국정치의 현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 모습을 '2010 올해의 사진'에 선정했을 정도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또한 폭력적인 파행국회에 대한 경고로 지난 2007년부터 책임있는 의정활동을 해온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2011년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시상 계획마저 취소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은 한국과는 너무 달랐다. 미국은 건강보험개혁 입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이 결사반대했지만 의회 폭력사태는 없었다. 프랑스 역시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금개혁안 문제로 국가적 마비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대규모 폭력시위가 벌어졌지만 정작 의회에서는 물리적 충돌없이 표결처리됐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은 매년 폭력국회가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여야 지도부는 모두 국회 폭력사태 이후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차기 총선을 겨냥한 쇼일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오히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5년 4월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은 2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정치는 4류"라며 정치권에 일침을 놓았던 말에 더 공감하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발전의 가장 걸림돌로 정치 분야가 꼽힌다"며 "국민들의 인식수준도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대외적인 한국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법적·제도적 개선책 마련 시급..유권자 의식변화도 필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선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정치선진화를 위한 공천제도 개혁과 크로스보팅(자유투표)의 도입 등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과 유권자 의식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정치권도 문제는 알고 있지만 이를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론과 시민사회의 견제와 감시를 통해 여야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라는 게 원래 싸우는 것이지만 진짜 (물리적으로) 싸우는 것이 문제"라며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제도권 내에서 푸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룰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한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는 필요하지만 잘 안되는 게 현실"이라며 "왜 유권자들만 그래야 하느냐. 정당에서 오히려 문제 의원들을 공천을 안 주는 방식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현 정부 들어 의회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데다 여야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을 갖지 못하고 지도부의 입김에 너무 휘둘렸다"고 진단했다. 윤 실장은 이를 위해 ▲상향식 공천의 확대 ▲ 비례대표 비율 확대 ▲ 크로스보팅 보장 ▲ 부정부패 및 폭력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확실한 징계 등의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유권자 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사무처장은 "지난 5년간 한국정치의 자정능력을 기대해봤지만 이제 믿기 힘든 수준"이라며 "정치인들의 모든 행위들이 기록되는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 선거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제도권 내에서 도저히 해결하기 힘든 사안은 이른바 시민의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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