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소재연구소, 지역공동브랜드 'G-니트'로 지역 섬유업체 결집
염색전문업체 ㈜창진, 활발한 산·연 협력 진행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이런 방 안에 기계 두 세대 가져다 놓고 사업을 시작했던 겁니다. 가내수공업처럼 말이죠. 마케팅은 생각도 못해서 전화기 앞에서 오더(주문)가 들어오기만 기다렸던 거죠”

21일 찾은 한국섬유소재연구소(소장 김숙래)의 정 구 실장이 경기북부지역 섬유산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주와 포천, 동두천 중심으로 소규모 섬유제조 업체 1400여개가 밀집해있다. 대부분 중소업체로 모두가 이 같은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물량면에서 국내 원사의 60%가 경기도 북부에서 소비될 정도로 섬유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섬유소재연구소가 이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서울에서 차로 1시간10분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서울을 벗어나자 수확이 끝난 논밭사이로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가 이어져있었다. 구제역이 휩쓴 지역에는 빈 축사도 눈에 띄었다. 멀리 높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연구소가 위치한 검준산업단지였다. 단지 안을 지나는 2차선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더 들어가니 유리벽으로 된 말끔한 건물이 보였다.

◆한국섬유소재연구소, 경기북부 섬유업체를 ‘G-니트’로 결집


2006년 10월 처음 문을 연 한국섬유소재연구소는 비영리민간연구소다. 연구소는 영세한 섬유업체들을 제도권으로 끌고 나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변 기업에 기술개발·지원, 전문인력 양성, 시제품 제작지원, 기술정보 분석과 보급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숙래 한국섬유소재연구소 소장이 기술개발 소재로 제작된 의류 샘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숙래 한국섬유소재연구소 소장이 기술개발 소재로 제작된 의류 샘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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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요즘 마케팅 측면에서 경기북부 섬유산업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 실장은 “우리는 이곳을 양포동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양주·포천·동두천을 묶어 부르는 조어다. 그는 “이 곳 업체들은 대구·경북지역과 달리 자연발생적으로 입지했기 때문에 결속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지역공동브랜드 ‘G-Knit(니트)' 홍보사업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구소와 대기업·중견기업, 지역 중소기업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개발한 소재로 만든 의류에 경기북부 섬유업체임을 상징하는 ‘G-니트' 상표를 부착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김숙래 소장은 “G-니트 브랜드가 부착된 의류는 소비자들이 섬유소재에서 만큼은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려는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 업체들의 강점은 신속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있다. 주문에서 제품 출시까지 1주일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소규모 업체들이 원사·편직·염색·봉제 등 각 공정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더라도 분산이 가능하다. 김 소장은 “요즘 유행하는 패스트패션에 적응하기 가장 적당한 생산 체계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소 본연의 업무인 연구개발 사업은 기본이다. 연구소 2층에는 섬유소재 실험실과 섬유공장을 연상케 하는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파일럿 플랜트에서는 연구개발한 소재의 시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


◆ 산·연 협력의 대표사례, (주)창진


연구소와 마찬가지로 검준공단 안에 위치한 창진은 1982년 창립해 천연섬유에서부터 인조섬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섬유의 날염을 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올해 8월 공단 내에 새로 공장과 건물을 짓고 날염에서 텐타가공(직물의 폭을 고정)에 이르는 일괄 공정을 갖췄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자 4층 규모의 말끔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건물면적은 1만3000m²로 공장시설 뿐 아니라 디자인 연구소, 직원 기숙사 등이 모두 입주해 있었다. 옷감을 염색하는 날염 공정은 경기북부 지역 업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공정이다.

(주)창진 공장 내부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염색을 하는 과정

(주)창진 공장 내부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염색을 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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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세미나 안 합니까?”
김성규 창진 전무는 지경현 한국섬유소재연구소 본부장을 만나자마자 세미나 얘기부터 꺼냈다. 김 전무는 이제까지 연구소가 주회한 세미나에 한 번도 빠져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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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는 연구소와 업체가 상생하는 수많은 사업 중 하나에 불과 했다. 김 전무는 “최근에 직물 인쇄를 하다가 의도치 않은 빨간 점이 찍혀 나온 문제점이 발생해 연구소에 문의 한 적이 있었다”며 “연구소 측에서 물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문제점을 파악해 줘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새겨진 실크스크린 판넬이 도서관 책처럼 진열돼있다.

디자인이 새겨진 실크스크린 판넬이 도서관 책처럼 진열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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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연구소가 없을 때는 관련 지식을 재료나 염색 거래상들에게 물어가며 배웠다. 김 전무는 “예전에는 사람을 통해서 관련 지식을 경험적으로 답습하던 식이 고작이었는데 연구소의 활동 이후부터는 신기술을 먼저 접한다”고 밝혔다.


연구소와 기업이 허물없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지 본부장은 “세미나에 대한 업체들의 호응은 좋은데 영세기업이기 때문에 사장님들도 바빠서 참여율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김 전무도 연구원들에게 “다양한 교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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