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회사 대주주가 직계 자녀 등이 운영하는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이른바 '회사 기회유용' 행위가 앞으로는 엄격히 제한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어제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회사 이사 등 경영진뿐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 가족 등이 회사와 거래할 때도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자 거래가 투명해지고 탈세나 비자금 조성, 경영권 편법 승계 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회사 기회유용이란 이사나 경영진 또는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가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가로채 사적으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A사의 지배주주가 아들 등 가족이 운영하는 B사에 A사의 물량을 밀어주는 등의 편법 지원을 가리킨다. 다른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사적으로 빼돌리는 것은 물론 시장경제 원칙을 허물고 공정경쟁을 해치는 부도덕한 행위다.
회사 기회유용은 특히 상당수 재벌이 2, 3세에게 재산을 승계하는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재벌 총수의 2, 3세가 회사를 세우면 그룹 계열사들은 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하는 식으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단숨에 회사를 키운 2, 3세는 주식 공개로 재산을 불려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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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의 완성차와 부품 등의 운송을 전담하고 있는 글로비스, 삼성의 서울통신기술, SK의 SKC&C, LG의 지흥, 한진의 싸이버로지텍, 효성의 노틸러스효성 등이 대표적인 회사 기회유용 의심사례로 꼽힌다. 그룹 총수의 자녀 등이 대주주로 있는 이들 회사는 대부분 계열사에서 일감을 밀어주고 있다. 경쟁없이 회사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을 공정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투명한 기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 기회유용이라는 부도덕한 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의 상법 개정 방침은 늦은 감이 있다. 아울러 이사회의 승인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사회 승인 시 과반수가 아닌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하거나 이사가 얻은 이득을 회사의 손해로 추정하는 조항 등을 포함하는 등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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