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건넸다는 사람의 진술이 믿을 만한 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 기준인 이번 사건 특성을 감안하면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공여자 진술의 효력을 인정할 지 여부를 결정하려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데, 이 때 중요한 고려요소가 진술의 일관성이다. 일관성이 떨어지면 법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피고인 주장에 무게를 실어줄 수밖에 없다. '무죄'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이 원칙은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곽 전 사장은 그나마 "돈을 줬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돈을 줬다는 진술 자체가 허위였다"고 증언해 최초 진술에 이미 커다란 흠결이 생겼다. 만약 한 전 대표가 돈을 줬다고 다시 입장을 바꿔도 그의 진술이 신빙성을 확보하긴 어렵다는 게 법원 안팎의 지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가진 다른 증거들을 봐야 향후 재판 흐름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검찰 조사 때 돈을 줬다고 진술한 사람이 법정에서 말을 바꾼 만큼 유무죄 판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넸다는 돈 액수나 돈을 준 방법 등에 관한 입장을 번복했을 뿐 돈을 줬다는 입장 자체는 유지한 곽 전 사장의 진술보다 (돈을 안 줬다고 한)한 전 대표 진술이 재판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정황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유죄 입증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9월 한 전 대표에게서 모두 3회에 걸쳐 현금과 미화 등 9억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그는 지난해 12월 곽 전 사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성정은 기자 jeun@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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