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에 가자 아버지는 형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전거를 사줬다. 중학교까지는 20여리. 산, 들판, 내(川)와 해변으로 이어지는 신작로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 또래들은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전교생 6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자전거를 탔다. 아침 녘이면 사방에서 밀려드는 자전거 행렬은 면 소재지 학교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을 다시 만난 것은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배치받던 날 포항에서였다. 출근 무렵 형산강 다리를 건너 제철단지로 향하는 자전거 물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중학교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자전거는 양은 냄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가는 생활도구다. 머지 않아 자전거를 보기 위해선 박물관에 가야 할 처지다. 최근 정부는 자전거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자체장들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자전거를 부활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수단 중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이다. 일본의 25%, 독일 26%, 네덜란드 43%에 비하면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이용자들의 태부족이 그나마 자동차를 갖지 못한 시골 노인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자전거는 이제 유물에 가깝다. 자전거가 에너지, 환경적 측면에서 미래교통수단이라는 구호는 차라리 공허할 지경이다.
우리가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탈 수 없는 데는 전용도로, 주차장, 수리소 등 인프라 부족이 원인이다. 이런 현실에서 동부건설의 '계양 센트레빌'은 우리의 인식에 의표를 찌른다.
이번 달 초 분양한 '동부 계양센트레빌'은 최고경쟁률 7대 1을 기록, 수도권 지역에 모처럼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동보는 자전거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택사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상품을 내놓기 전에 시장조사 등을 통해 수요자들의 요구를 세심하게 경청한다. 당연하지 않는가? 수요자들이 원하는 상품과 디자인을 내놓으려고 건설사들은 온갖 열성을 다한다.
하지만 동부건설의 마케팅은 이런 일반적인 형태를 뛰어넘는다. 동부건설은 이번 계양 분양에 앞서 본사 마케팅팀이 6개월 동안이나 계양에 상주하면서 수요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케팅은 물론 설계팀원 모두 계양전문가로 바뀌었다. 동부의 계양전문가들은 아파트 부녀회원들과 600여회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자전거를 콘셉트로 내놓았다. 인근 경인 아라뱃길에 자전거도로가 건설되는 점에 착안, 단지 안에 800m나 되는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2700대 규모의 자전거 주차장은 물론 수리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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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안에는 자전거 전용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바이크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바이크 스테이션을 통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차도 마시고, 수리도 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단지와 전철역, 아라뱃길로의 연계를 꾀해 주민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최근 주택산업이 혹독한 시련에 빠졌다. 한때 국민 주거안정의 역군이었다는 자부심은 산산히 무너졌다. 주택 호황기에는 고분양가로 지탄 받고, 불황에 빠진 지금은 미분양과 경영 악화로 빈사 지경이지만 내년에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주거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노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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