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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가짜 옹고집이라도 한명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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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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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의 아침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아이들을 하나씩 깨우고, 씻기고, 옷 입히고, 밥 먹여서 학교에 등교시키는 등 정신이 하나 없다. 이런 소란스러움에 내 몸이 하나 더 있으면 하는 한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직장에 다니는 김 과장은 초등학생 2명에 유치원 다니는 아이까지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게다가 남편은 지방근무로 주말만 볼 수 있는 주말부부다.

김 과장과 같이 어린 자녀를 키우거나 일하면서 가사도 돌봐야 하는 많은 여성 직장인들은 가짜 옹고집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직장을 다니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를 키우며 집안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된 것일 터이다.
사회구조가 다변화되고 경제성장이 고도화됨에 따라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고 다양한 자기계발 기회를 갖고자 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근무형태를 다양화시킬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2월18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유연근무제 확산 방안'을 발표했고, 4월에는 기획재정부에서 유연근무제 운영지침을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 통보한 바 있다.

유연근무제의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 기업의 14.4%(2008년 기준)만이 시간제 근무를 활용하고 있으며, 여성취업자 중에서 시간제근로자의 비율은 1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자 하는 청년층, 일과 가정의 양립이 필요한 젊은 부부들, 은퇴 후 일거리를 찾는 고령자 등의 욕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OECD 국가의 경우 평균 15.5%가 단시간근로제로 근무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 9.3%에 불과하며, 여성은 13.2%(OECD 25.3%), 청년은 18.4%(OECD 28.9%)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이 상대적으로 유연근무제 활용이 낮은 이유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업무연속성이 단절되고 인사관리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생산성 감소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가사를 돌보거나 직업능력을 키우는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업무에도 보다 집중할 수 있어 노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다.

공단은 공공기관 선진화에 따른 경영효율 제고를 위해 내년에 채용할 인력 중 일부분에 대해 단시간근로제를 도입, 활용할 계획이다. 단시간근로제로 채용된 직원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를 하면 된다. 전일 근무가 어려운 여성근로자 등에게는 좋은 일자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우리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유능한 여성인력 등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공단으로서는 업무가 집중되는 기간이나 시간대에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한 사람 고용할 것을 두 사람 고용할 수 있어 고용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유연근무제도가 다양하게 확산된다면 가사 및 육아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더 이상 가짜 옹고집에 대한 열망은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유연근무제를 부정적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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