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맞은 현대건설(4)]신흥시장서 풍성한 수확 노려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지난 8월초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이 갑작스레 예정에 없던 현대건설행을 자처했다. 청와대에서 오찬을 마친 음바소고 대통령은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을 만나기 위해 계동으로 향했다.
현대건설은 예상치 못한 방문에 당황하면서도 급박하게 환영준비를 했다. 지구 반대쪽에서 찾아온 귀빈을 소홀히 대해서는 안된다는 김 사장의 지시에 긴박한 소동이 벌어졌다. 여직원들은 현관에서 대통령을 맞기 위해 곱게 한복을 차려입었다. 쉽게 구하기 힘든 적도기니 국기는 수십장을 컬러프린트로 준비했다. 이들은 프린트한 국기를 나무젓가락에 붙여 태극기와 함께 흔들며 환영인사를 대신했다. 소박하지만 최대한 감동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사장실에 오른 음바소고 대통령에게는 고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현장과 직통 커뮤니케이션 통로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가동시켜 장관들과 간단한 회의를 하도록 했다. 날마다 김 사장이 현장 임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협의를 하는 시스템을 활용해 고국 소식을 들은 음바소고 대통령은 흡족해 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저녁에는 호텔로 대통령을 초청, 만찬을 같이했다. 음바소고 대통령은 방한 때의 녹화 장면을 사흘동안이나 반복해서 보며 현대건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이 이처럼 저개발 국가인 적도기니 대통령을 특별히 챙긴 것은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행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우를 해주면 신뢰관계가 두터워지고 이것이 바로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적도기니와의 각별한 인연도 특별한 환대의 요인이 됐다. 오비앙 대통령과 김 사장의 인연은 김 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적도기니는 정수되지 않은 흙색의 물을 그대로 마시는 통에 수인성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곳에서 100억원 규모의 소규모 상수도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때 물탱크에서 물이 샌다는 항의를 받고 있었다.
2007년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업무 파악도 채 끝나기도 전에 이 사실을 듣고 그곳으로 날아갔다. 오비앙 적도기니 대통령을 만난 김 사장은 폭탄선언을 했다. 공사금액의 3분의1에 해당하는 돈을 들여 물탱크를 무료로 재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 무모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신념으로 추가로 돈을 들여 완벽하게 시공했다. 설계에도 없던 비싼 수조까지 지어 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때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후 몽고모 하수장, 에비베인과 에비마잉의 상·하수도 등 4000억원 안팎의 공사 3건을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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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중동과 동남아에 편중된 해외부문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신흥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해외시장도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흥 개발국가에서 광물자원 개발사업이나 고속철도, 원전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준비되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뒀다.
이에따라 현대건설은 지난 8월 콜롬비아이 지사를 신설, 브라질과 칠레 등 중남미 국가의 수주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앞서 올 초에는 알제리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지사를 설립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신흥 시장에서 토목, 건축, 플랜트 등 사업별 시장을 검토하고 구체적 진출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도 지사를 추가 신설해 해외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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