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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모스크바서 '붉은광장' 구경도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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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여행기 PART 1

모스크바에 있는 레닌그라드 역. 새벽이라 아직 지하철도 운행되지 않았다.

모스크바에 있는 레닌그라드 역. 새벽이라 아직 지하철도 운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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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2박 3일의 일정으로 모스크바에 다녀왔다. 일본친구들과 식사를 하다가 모스크바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나도 갈래!’라고 친구들을 따라 엉겁결에 표를 산 것. 떠나기 3~4일 전에 표를 구입하고 하루전에 숙소를 예약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12시간 전이었다. 특별한 여행계획은 없었다. 다들 가는 모스크바에 나도 가보고 싶었고 붉은 광장에 있는 성 바실리 사원 앞에서 나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고 페테르부르크에는 없지만 모스크바에는 있다는 스타벅스에 가보고 싶을 뿐이었다.

아르바트 거리에 가기 전에 보이는 러시아 외무성 건물.

아르바트 거리에 가기 전에 보이는 러시아 외무성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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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모스크바행 기차에 몸을 싣고 다음 날 새벽에 모스크바에 있는 레닌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뭐, 역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들과 연락이 두절되고 친구들만 믿 고 숙소 주소를 알아오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완벽한 모스크바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늑장 부리다가 뒤늦게 표를 산 나는 혼자 다른 기차를 탈 수 밖에 없었는데, 먼저 기차를 탄 친구들은 나에게 모스크바에서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여행의 기본인 숙소 주소조차 알아오지 않은 채, 짐만 꾸려 모스크바로 가는 중대 한 실수를 한 것이다.

기차에서 내린 후 친구들과 더 이상 연락은 안 되지, 숙소 주소는 모르지, 넑고 넒은 레닌그라드 역에서 갈 곳을 잃은 채 떠돌고 있는 나는 분명히 긴급 상황이었다. 결국 이른 새벽부터 페테르부르크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행여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는 않을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던 언니 덕분에 기 차에서 내린지 45분 만에 숙소로 갈 수 있었다.

아르바트 거리에 가면 많은 공연가들 예술가들을 볼 수 있다.

아르바트 거리에 가면 많은 공연가들 예술가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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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잠깐동안 눈을 붙이고 난 후, 본격적인 모스크바 일정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간 곳은 ‘아르바트 거리’였다. 아르바트의 첫 인상은 의외로 평범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 온 관광객, 기념품을 팔기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데이트 하는 연인들, 산책 나온 가족들, 거리를 놀이터삼아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유럽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거리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평범한 인상의 아르바트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깊은 여운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아르바트를 자꾸 생각나게 하는 그의 매력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거리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였다.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평화의 벽'.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젊은 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평화의 벽'.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젊은 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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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가 모스크바에 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스타벅스에서 ‘러시아 한정판 텀블러’를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언제부턴가 스타벅스 텀블러는 모스크바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사야 할 기념품이 돼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페테르부르크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서울에서는 눈만 돌리면 스타벅스를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곳에서는 아예 간판조차 볼 수 없으니 모스크바에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스타벅스 때문이라는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르바트 거리를 둘러본 후 모스크바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기들을 만났다. 외국에서 이렇게 만나서 얼굴을 마주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 동시에 감격스러웠다. 일단 기념으로 다같이 인물화를 그리기로 했다. 페테르부르크에 있을 때에는 거리에서 화가들을 봐도 돈 아깝다면서 매번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직접 모델이 되어 내가 그려진 그림을 받아 보니 이렇게 여행와서 내 그림 한 장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新 아르바트 거리. 구 아르바트 거리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新 아르바트 거리. 구 아르바트 거리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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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트에서 벗어난 우리는 ‘붉은 광장’에 가기로 했다. ‘붉은 광장’은 아마 모스크바에 오는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들리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성 바실리 사원 이 있고, 크레믈이 있고, 레닌묘가 있고 관광 명소가 대부분 모여 있는 붉은 광장은 이번 여행의 핵심 장소였다.

모스크바에 갔다 온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붉은 광장에서 성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엽서같이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어 와서 나를 부럽게 했었다. 이번엔 내가 직접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붉은 광장을 싸고 있는 크레믈까지 걸어갔다.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크레믈까지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크레믈로 가는 길에 모스크바 강과 어우러진 모스크바 시내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하철보다 걸어가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크레믈로 가기 전에 볼 수 있는 레닌 도서관. 뒤에 보이는 한국 기업의 간판이 인상적이다.

크레믈로 가기 전에 볼 수 있는 레닌 도서관. 뒤에 보이는 한국 기업의 간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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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크레믈을 따라 겨우 붉은 광장 입구에 도착했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봉착했다. 모스크바의 날을 기념해서 붉은 광장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으니 일반 관광객은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365일중에 오늘 나는 붉은 광장을 보러 왔는데, 바로 이 날 통제 할 게 뭐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을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이지, 옛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물론 표가 있다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표 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서 그건 그냥 들어가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때 함께 있던 친구는 ‘붉은 광장도 못 들어가고 바실리 성당 뒷모 습만 찍고 가는 관광객이 몇이나 될까?’라고 나에게 한 마디 던졌다. 정말 제대로 사람 허탈하게 하는 말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사실 붉은 광장에 들어가지 못해서 실망한 것과는 별개로 배는 고팠다. 기억해보니 돌아다니기만 많이 돌아다녔지 제대로 밥을 챙겨먹은 기억이 없다. 맛있는 한국 식당을 알고 있다는 동기를 따라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고 좀 쉬었을 뿐인데 시계를 보니 어느 덧 헤어져야 할 시 간이 되었다. 한동안 못 볼 친구들이라 몇 시간 만나고 헤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도로를 통제하고 행사를 하고 있다. 저 때 까지만 해도 붉은 광장에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도로를 통제하고 행사를 하고 있다. 저 때 까지만 해도 붉은 광장에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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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와서 돌아보면 이 친구들 덕분에 여행의 첫 날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내가 모스크바에 도착한 날, 이 친구들도 한국에서 방학을 보내고 돌아 오는 길이었다. 10시간 남짓 비행기 안에 있느라 많이 지쳤을 법한데 시간을 내서 나와 준 동기들에게 고맙다. 오랜만에 여러 가지 일을 겪고 긴장을 해 본 하루였다. 모스크바에서 보낸 첫째날 밤은 그 낮만큼 정신없이 흘러갔다.


뒤에서 찍은 성 바실리 사원.

뒤에서 찍은 성 바실리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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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하나
정리= 박종서기자 jspark@asiae.co.kr

◇ 임하나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던 중 연수차 러시아로 떠났다. 처음에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많았지만 이제 '러시아의 진짜 매력에 눈을 떴다'고 말할 만큼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배우며 유학생활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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