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옛 영광 재현의 조건 3)느슨한 조직문화가 걸림돌.. 혁신·변화 절실
"회사 로비에서 이런 짓(?)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하네. 약정 2년에 월 5만원이면 싸지도 않고…"
LG전자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었지만 1등에 대한 욕심이 보이지 않았다. 'LG는 망하지 않는다'는 어긋난 신념의 투영이기도 했다.
조직의 느슨함은 제품출시 시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편적이지만 LG전자 조직 내 어느덧 '2등주의(Fast Follower)'문화가 깊숙이 물들었다는 한 사례다.
그러나 김영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종전에 LG전자(2등업체)가 1등업체를 빠르게 뒤쫓는 전략으로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 선도업체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2등 전략으로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파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추세는 IT제품만 아니라 현재 LG전자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냉장고, 에어컨 등 일반가전분야로까지 앞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바람이 거세지고 현지생산물량이 늘어나면서 생활가전분야에서도 '패스트 팔로워'의 설자리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동안 생활가전제품은 큰 부피로 인한 선적시간과 비용 등의 한계로 해외 국가별 점유율 1, 2위는 20%초반에서 판가름났지만 최근 가전사들은 해외 현지공장 투자확대를 통해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다. 물량공급 속도가 종전 1~2개월에서 1~2주정도로 단축되면서 IT가전과 마찬가지로 신제품 출시 시기 및 기술, 가격 경쟁력에 의한 점유율 격차가 한층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차대전 최고의 야전사령관 미국 조지 패튼 장군은 "오늘 실행하는 좋은 계획이 내일 실행할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고 했다. LG전자에 '스피드와 1등주의'문화를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단기에 접목시켜야 하는 과제가 구본준 LG전자 신임 부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할 수 밖에 없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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