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숨은 과학을 찾아라-재래종 닭 복원 새육종 개발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올해 복날에도 삼계탕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몸보신'에 도움되는 단백질 공급원,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상에 오르곤했던 반찬, 바로 닭이다.


특히 최근들어 흰 닭고기가 붉은색의 적색육 보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데다가 운동과 다이어트로 닭가슴살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닭이 사상 최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닭 중에서도 우리 토종닭은 맛과 품질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대접도 톡톡히 받는다.

토종닭이란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길러 온 재래종 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토종닭은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좋지만 크기가 작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이 때문에 산업화 과정에서 외국산 수입 종자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은 1992년부터 토종닭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산간 오지에서 명맥을 잇고 있던 재래닭을 수집해 우리 토종닭을 다시 탄생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1992년부터 2007년까지 15년에 걸쳐 고문헌에 남아 있는 재래종의 특징을 살려내고 이상형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축산과학원은 '우월한' 닭들의 유전자를 한 데 모았다. 빨리 크는 종자와 맛이 좋은 종자, 알 잘 낳는 종자를 한데 합친 것이다. 부계 혈통으로는 성장이 빠른 수컷이 동원됐고, 모계통으로는 맛이 좋고 알을 잘 낳는 암컷이 동원됐다.

2008년에는 드디어 적갈색, 황갈색, 흑색계통 등 3계통을 100% 품종 복원하는데 성공하고 '우리맛닭'이라는 이름으로 보급에 들어갔다. 우리맛닭은 토종닭의 뛰어난 육질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크기가 1.5~2kg에 달한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이 일반 닭보다 훨씬 많고,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돼 담백한 맛과 영양을 함께 갖췄다. 가슴육의 지방함량이 높아 풍미가 고소한 것도 특징이다. 성장이 빨라 경제성도 뛰어나다.

축산과학원은 우리맛닭을 보급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한 해 소비되는 고기용 닭은 6만 마리에 달한다. 또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씨닭을 1년 28만마리씩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맛닭이 국내 닭 수요의 1%인 600만마리를 충당하면, 수입종자를 국산화할 수 있고 고유성과 차별성을 지닌 전략 축산상품도 개발할수 있게 된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우리맛닭 보급은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각 도의 거점 종계 농장에 보급하면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아 영남을 중심으로 우리맛닭을 이용하는 삼계탕, 백숙 전문 음식점 수십개가 생겨났다. 대형 마트에 생닭, 레토르트, 유정란 형태로도 유통된다.

올해는 우리맛닭 종계를 5만마리 이상 보급해 사육농가를 단지화하고 지역특성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축산과학원의 라승용 원장은 "우리맛닭을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브랜드 모델로 키워내 소비자에게 고급육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종자 국산화로 13억원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고, 각종 식품화 이용 효과까지 감안하면 우리맛닭이 가져다주는 이득은 수백억원으로 추정된다.


진짜 우리맛닭을 지키기 위한 방법도 고안됐다. 우리맛닭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DNA프로파일링 기법을 이용해 우리맛닭의 진위를 가리는 기법이 개발된 것이다. DNA프로파일링 기법은 우리맛닭의 '조상'인 순종 닭을 분석해 DNA의 종류를 목록화한 후, 닭고기를 검사해 이 목록에 없는 DNA가 들어 있는지 가려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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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 고응규 연구사는 "이 방법을 통해 유통업자를 비롯해 고품질 브랜드 닭고기를 생산하는 농가가 상품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며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축산물을 제공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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