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 김도형 ] "한국어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뒤에 걸린 플래카드를 한 번 읽어봐 주시겠어요?" 질문을 받은 피트리아나양은 한국어로 자신을 유창하게 소개했다. 미리 준비해 온 듯 보였다. 그러나 소개가 끝나고 그녀는 짧은 쉼 호흡과 함께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는 의향서 체결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준비할 수 없었던 '실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와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간 문화예...술교류와 협...력에 관한 의...향서 체결식."

한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받침 발음들을 힘겨워했지만 막히지 않고 긴 글을 읽어나갔다. 뜻은 전혀 몰랐지만 틀리지 않고 한글을 읽어낸 것이다. 사람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2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는 서울시와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의 '한글 보급 등 문화예술교류와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 체결식이 열렸다. 밝게 웃는 어른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손을 잡고 들어온 아이들은 다소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 아미룰타밈 시장은 "부족언어를 기술할 문자가 생겨 좋다"며 "특히 한글은 찌아찌아족에게 배우기 쉬운 언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2일 공식문자로 채택한 한글은 벌써 아이들의 75%가 유창하게 쓰는 언어라는 것이다.


아미룰타밈 시장은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의 발전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급속도로 발전한 한국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한국처럼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양시키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헌신을 구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바우바우시도 부톤왕국의 오랜 수도로 깊은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진 유수의 도시로 안다"면서 양 도시의 문화교류 촉진을 강조했다. 또 "하이서울페스티벌과 같은 행사에 바우바우시 민속공연단이 참여하는 등의 문화·예술행사의 공유로 공감대를 만들어 간다면 의미 있는 인연이 될 것"이라며 향후 활발한 교류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반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올까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답변을 할 때에는 담담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해 나갔다.


유일한 남자 학생이었던 삼시르는 "받침 발음이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만은 상당했다. 그는 나중에 한국에서 공부해 보고 싶다고도 했다.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국말을 더 알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피트리아나는 "주변에 가득한 한국말이 반갑지만 뜻을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오고가며 한국간판들을 읽어봤지만 뜻을 모른다는 것이다. 단 한 번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본적이 없다는 그녀는 한국에 있는 동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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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서울에 머물면서 세종대왕의 업적과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한글의 메카 공간 '세종이야기'를 관람한다. 또 서울시내 우수학교를 견학하고 청소년 문화교류의 거점인 '하자센터'에 들리는 한편 광화문광장에서 썰매를 타는 등 겨울 체험을 하게 된다.


한편,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중부 부톤섬에 사는 인구 8만여명의 소수민족으로, 지난해 7월21일 바우바우시와 훈민정음학회가 한글 보급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올해 8월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다.

김유리 yr61@asiae.co.kr
김도형 kuert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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