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오토바이 - (상)] 세계 최대 오토바이 보유국 베트남
인구 2명당 1대꼴, 교통정책도 오토바이 위주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하노이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관광 가이드는 매일 아침 6~7시 사이 시내 도로를 점령하는 오토바이 물결을 보며 바다에 있는 ‘멸치 무리’를 떠올린다고 한다.

수백, 수천대의 오토바이들이 불과 4~5c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간격을 사이에 두고 오토바이와 버스와 승용차와 뒤섞여 도로를 질주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고 제갈 길을 가는 모습이 마치 수 만 마리가 떼를 지어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멸치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도로 주행 시속 40km 미만= 인구 1억을 넘는 베트남은 오토바이 보유대수가 세계 제일의 인구대국 중국보다 더 많은 국가로 알려진 사실상 오토바이 왕국이다.

하노이 인구 400만명중 시에 등록된 오토바이만 150만대에 이른다. 하지만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미등록)까지 합하면 300만대의 오토바이가 시내를 돌아다닌다. 남쪽에 위치한 호치민도 인구 2.5명당 1대씩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매년 베트남에서 팔리는 오토바이 대수는 20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에는 경기불황으로 다소 증가율이 줄었지만 올해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판매량도 예년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러다 보니 모든 도로 정책은 오토바이를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다낭공항에서 꽝응아이까지의 거리는 약 80km로 우리나라 같으면 국도로 달려도 1시간 내외면 도달할 수 있지만 이 나라에서는 2시간 30분이나 걸린다. 말이 고속도로지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는 물론 심지어 소 같은 가축들도 다니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도심 지역에서는 버스나 트럭 등 대형 차량의 제한 속도는 시속 40km 미만으로 제한된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다.


베트남의 지방 도로는 부족한 전력난으로 인해 가로등이 없다. 차나 오토바이나 전조등에 의존해 어두운 도로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전조등이 나간채로 주행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차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10만~20만원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국내 대기업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직원들의 월급이 70만원인데, 이 돈이면 10명의 식구가 먹고 살 수 있다고 하니 결코 무시 못할 금액이다.


버스 안에는 보조 운전사가 반드시 탑승을 한다. 보조 운전사가 하는 일은 운전사가 운전에 열중하는 동안 옆길 뒷길 심지어 정면에서 달려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사람들을 미리 캐치해 사고를 방지하고, 주차를 위한 후진 시에도 차량 뒤편으로 달려가 도로 사정을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베트남에서는 버스의 맨 앞자리는 자동차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돌발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에가면 꼭 두 번째 자리부터 앉도록 해야 한다.
오토바이끼리의 사고가 없다지만 어두운 밤에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기자가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는 오토바이끼리 충돌해 길거리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목격했다.


◆면허당 1차종만 운전 가능= 미국의 젊은이들이 나이가 되면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따듯 베트남 젊은이들도 만 18세의 성인이 돼 신분증을 받고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오토바이는 면허증을 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토바이가 워낙 많다보니 면허증 취득 자격자는 오토바이를 보유한 사람으로 제한한다. 또한 면허증은 구입한 오토바이 한 대만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토바이 업체는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면허를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재미있는 점은 면허증을 따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하루에 수천 수만대가 몰려다니는 상황에서 경찰의 무면허 운전자 단속은 사실상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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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들의 구입이 늘면서 오토바이도 이제 단순히 교통수단의 의미를 넘어 개성을 상징하는 물건이 돼 고가의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호치민, 하노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다양한 외관, 색상, 기능을 추가한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인한 시장개방의 영향으로 높은 배기량의 오토바이가 다수 선 보이고 있다.

하노이(베트남)=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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