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캠페인이 또다시 시작됐습니다. 가족, 친지, 친구.... 이제 더이상 계좌개설을 부탁할 사람도 없습니다."
"타 증권사 직원들끼리 서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서로 사정을 잘 아니까 이번엔 저쪽 캠페인 도와주고, 다음번엔 우리쪽 캠페인.. 캠페인의 의미가 사라진거죠."
화려한 '증권맨'의 꿈을 갖고 증권사에 입성한 직원들이 캠페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자금유치경쟁이 치열해진데다 CMA지급결제서비스까지 도입돼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캠페인은 늘 있어왔지만 증권사들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직원들의 부담은 더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캠페인은 보통 지점별로 직원 수에 비례하는 목표치를 주고 일정 기간동안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이다. CMA, 적립식펀드, 카드모집, 계좌개설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 증권사 영업점 직원에 따르면 캠페인 기간 내내 전 지점의 목표치 달성률은 매일매일 사내 게시판에 업데이트된다.
캠페인 기간이 끝나면 순위권에 든 개인과 지점에는 상품권 등의 포상이 내려진다. 하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직원들은 눈칫밥을 먹기 시작한다. 하위권에 든 개인, 지점들은 따로 모아 '패자부활전 캠페인'을 여는 곳도 있다. 직원들도 힘들지만 지점장의 부담은 더 크다. '캠페인 실적을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설은 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캠페인으로 인한 증권맨들의 스트레스는 예전부터 지적돼 왔다. 하지만 캠페인은 그 수가 줄어들기는 커녕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 증권사 영업점 직원은 "예전에는 계좌만 만들어오면 인정해줬는데, 이제 직원들이 텅 빈 계좌를 만드는 데 고수가 되자 회사 측에서는 계좌를 만들고 캠페인이 끝나는 기간까지 계좌 안에 10만원 이상이 들어 있어야 인정한다"며 "이 때문에 직원들은 사비를 털어 10만원씩 계좌를 넣어두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들한테 매번 계좌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도 미안한데, 돈까지 넣어달라고 하면 경악하지 않겠느냐"며 "캠페인 기간이 끝나면 만들었던 계좌에 넣어두었던 돈을 한꺼번에 인출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캠페인이 끝나도 회사가 원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고, 또다른 캠페인으로 이어지며 '아랫돌 빼 윗돌 괴기' 식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캠페인이 증권사들의 목표치를 달성하기보다는 오히려 휴면계좌수를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캠페인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무슨 수를 써서든 할당량을 달성하기에 급급한 만큼 직원들이 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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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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