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남아공 땅을 밟은 건 약 2년 전인 2007년 1월이다, 당시 1년간 아프리카 짐바브웨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남아공에 잠시 체류했었다. 처음 아프리카 땐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대지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저택, 수많은 고급 외제차들 때문이다.
아프리카 하면 가난과 기아, 먹지 못해 배가 부풀어 오르는 아이를 떠올렸던 필자로썬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었다. 하지만 외제차들 사이로 도로에서 구걸하는 흑인, 저택 앞 길바닥에서 노숙하는 거지들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양면성'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러 지난 2008년. 이번엔 유학생 신분으로 다시 남아공 땅을 밟았다. 그 후로 줄곧 최남단 관광지인 '케이프타운'에 살고 있다. 케이프타운은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에는 백인도 흑인도 아닌, '컬러드(coloured)'라는 또 다른 인종이 유독 많이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명칭의 유래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정부가 인종의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백인 ▲흑인 ▲컬러드 ▲인디언 등 네 종류로 나눈 데서 유래됐다. 한국말로 하면 '혼혈'이다. 이 컬러드는 왜 케이프타운에 많은 것일까?
이 문제를 풀려면 유럽인들의 케이프타운 정착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만 해도 다른 인종 간 결혼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그 인종들은 주로 인도양과 대서양에 있는 조그만 섬들에서 온 노예들이었다. 이 중에는 중국,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껴있었다. 컬러드들이 아시아인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센트럴 인텔리전스 에이전시(central intelligence agency)'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컬러드가 남아공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8%로 백인(9~ 11%)과 맞먹는다. 그리고 이들의 주 거주지는 케이프타운이다.
얼핏 보면 백인 같지만, 뭔가 하나 부족하다. 그렇다고 흑인도 아니다. 예컨대, 검은 피부에 파란 눈동자, 생머리를 가진 사람부터 하얀 피부에 흑인의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까지 천차만별이다. 얼핏 보면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온 사람들 같다는 착각도 든다.
그들만의 고유한 케이프 토니언(케이프타운 토박이) 발음 때문이다.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로썬 이것이 영어인지, 부족어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은 분명 영어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남아공에서 흑인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사람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타인종간 결혼을 할 때면 강제 이혼이라는 수모 속에서 태어난 사람들. 이 컬러드들은 이제 평등과 자유라는 이념 하에 점차 백인이 줄어드는 남아공에서 대표 인종 중 하나로 살아가고 있다.
글= 이정일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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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이정일 씨는 1년간 아프리카 짐바브웨 자원봉사를 마친 후 아프리카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다. 상업광고와 영상편집에 관심이 많아 현제 남아공 케이프타운 CPUT(Cape Peninsula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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